1970년 900원으로 시작한 병장 월급이 올해 68만원까지 올랐으니 50년 만에 750배 넘게 인상된 셈이다. 모병제를 시행하는 영국과 프랑스 사병의 월급이 200만원 남짓이고 우리나라 같은 징병제 국가의 사병 월급은 대개 월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스라엘·태국·이집트의 사병 월급은 5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국정과제로 공식 채택하면서 예산 확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년에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만 약 5조9000억원이고, 부사관 등 중간간부의 월급까지 인상하면 최소 2조원가량이 추가로 소요된다. 올해 국방비 54조원의 10% 넘게 인건비로 들어간다.
국가에 봉사하는 젊은이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는 취지엔 십분 공감하지만 전력증강 예산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이다. 또 당장 월급을 올려준다고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사병들은 피복과 군장, 식사, 잠자리, 근무환경, 전역 후 대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외국 직업군인은 의식주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지만 우리는 군이 몽땅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후보 시절 이 공약에 대해 "불가능한 쌍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군대에 가지도 않고, 총 한번 쏴보지도 않은 사람이니까 몰라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소신에 변함이 없다면 눈을 감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모병제 도입 본격 논의의 햇불을 들 시간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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