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를 지배하는 현상은 ‘투고타저’다. 올 시즌 전체 평균자책점은 25일 현재 3.38로 지난 해(4.44)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팀 타율 역시 2021년 0.260에서 0.242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보인다.
넓어진 S존의 최대 수혜자는 빠른 공 투수들이다. 150㎞ 강속구에 핀 포인트 제구를 갖추면 이상적이겠지만 대부분 투수는 그렇지 못하다. 강속구 투수들이 1군 무대서 견뎌내지 못하는 이유다. 조금 어긋나면 볼넷이고 가운데 넣으면 얻어맞았다.
올 해는 달라졌다. 약간 벗어나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기 때문이다. 시속 150㎞ 불같은 강속구 투수들이 유리해졌다. 덕분에 보기 드물게 빠른 볼 투수들이 많이 눈에 띈다.
지난 23일 대전 한화구장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놀라웠다. 148㎞. 빠르긴 하지만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직구가 아닌 변화구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직구와 변화구의 중간 구종인 커터였다.
마운드에 선 투수의 이름이 알쏭달쏭 기억에 맴돌았다. SSG 조요한(22), 누구지. 191㎝ 100㎏의 좋은 체격에서 펑펑 꽂아 넣는 빠른 공이 인상적이었다. 어디서 저런 투수가 나왔을까.
그는 1이닝 동안 13개 공을 던졌다. 직구 7개 커터 6개였다. 직구 최고 스피드는 154㎞, 최저는 152㎞였다. 커터는 146~148㎞. 도무지 거침이 없었다. 마운드에 올라 서 처음 상대한 타자는 노시환(한화). 이 둘을 보는 순간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초구는 직구. 첫 타석에 홈런을 때린 한화 4번 타자에게 초구 몸 쪽 직구를 던질 신인급 투수가 몇이나 될까. 안으로 말려들며 볼. 멈칫하며 노시환의 몸이 뒤로 빠졌다. ‘내가 아는 그 조요한이 맞나?’ 그런 눈빛이었다.
동기생인 노시환과 조요한은 경남고와 광주일고 시절 ‘제 5회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 함께 출전했다. 예선리그서 맞붙었다. 당시만 해도 조요한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0㎞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노시환은 2학년 때부터 경남고 4번을 친 장거리 포였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도 몸 쪽 직구였다. 이번엔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다. 노시환이 힘껏 배트를 휘둘렀으나 약간 타이밍이 늦어 1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 노시환의 배트가 늦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었다.
5번 하주석에게는 커터만 내리 3개 던졌다. 2루 땅볼 아웃. 6번 김태연을 맞아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커터로 삼진 처리했다. 마지막 승부구인 커터의 스피드는 148㎞였다.
조요한은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2년제인 동강대를 거쳐 프로의 관문을 뚫었다. 고교시절 140㎞에 간신히 턱걸이하던 스피드가 최고 157㎞로 일취월장했다. 그러니 4년 만에 만난 노시환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요한뿐 아니다. ‘투고타저’인 올 시즌 유난히 강속구 투수들이 눈에 띈다. 24일 키움전서 마수걸이 승을 올린 한승혁(29·KIA)도 파이어볼러다. 7회까지 탈삼진 6개를 기록하며 2실점 KIA에 위닝시리즈를 안겨주었다. 최고 구속은 153㎞.
이밖에도 김시훈(NC) 최건(롯데) 백승현(LG) 김윤수(삼성) 이르면 다음 날 첫 선을 보일 슈퍼루키 문동주(한화) 등 각 팀의 150㎞ 투수들이 비상을 꿈꾸고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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