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놀란 검수완박 중재안, 민주당은 '강행'

尹과 권성동, 사전 소통 부족
尹, 합의안 사실상 재논의 지시
민주당, 기존 중재안 강행 의지
文대통령도 "양당 합의 잘 됐다" 지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소통 미흡으로 여야가 합의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합의 사흘 만에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에 대한 비판 여론과 이준석 대표 등 당내 비토에 떠밀려 재논의 쪽으로 급선회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반발하며 원안 처리 압박을 하는 등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재연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당선인은 물론 이준석 대표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관련 법안에 덜컥 합의하면서 윤 당선인이 중재안 재논의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까지 해당 중재안을 지지하면서, 민주당은 기존 안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전에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어 정국은 급랭하고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재논의에 대한 당선인의 입장에 대해 "검수완박은 부패의 완판이라고 검찰총장 사퇴 때 말한 것과 지금의 당선인 입장은 크게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을 비롯한 인수위 측은 지난 22일 여야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중재안을 합의했다는 소식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과 이 대표에게도 협상 과정에서 보고는 했으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결과적으로 인수위 측이나 윤 당선인을 비롯해 당선인 측 모두 중재안 합의에 많이 놀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도 당시 6·1지방선거 공천 결과 발표와 윤 당선인의 부산·울산·경남(PK) 방문으로 의원들이 많이 빠지면서 권 원내대표가 본인 직권으로 중재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당선인까지 사실상 재논의를 지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공직자 범죄에 대해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남겨두는 중재안을 꺼내들었지만 민주당은 단호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이번 양당 간 합의가 저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속 절차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다"고 지지했다.

[e-mail] 김학재 윤홍집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