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극동 지역에서의 영토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연방 부총리는 25일(현지시간) 극동 북방 영토를 '러시아의 것'으로 하기 위한 독자 개발과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2022년판 외교청서에서 러시아와의 영유권분쟁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지시마 열도)와 관련, '북방영토가 러시아에 불법 점거돼 있다'는 표현을 부활시킨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북방 4섬이 자국 영토가 된 것처럼 하는 러시아 측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러, 日 보란 듯 "쿠릴열도 러시아의 것으로 개발" 선언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연방 부총리는 전날 극동 하바로프스크 지역을 방문, 북방 영토의 독자 개발과 투자를 강화해 '러시아의 것으로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러 관영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극동연방지구 러시아 연방 대통령 전권대표를 겸임, 극동 개발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외교청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고 북방 영토를 러시아의 '불법 점거'로 명기한 점을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의 답변은 단순하다"며 "북방영토를 대상으로 한 크루즈선 취항과 투자계획 수립, 관광 개발을 통해 쿠릴열도를 러시아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나뿐만 아니라 러시아국민 전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이번에 나온 2022년도 외교청서에는 러시와와 관련해 "최대 현안은 북방영토 문제"라며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 현재 러시아에 불법 점거돼 있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다만 청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현재 상황에서 평화 조약 협상 전망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외무성의 외교청서에 쿠릴열도 관련 '불법 점거'란 표현이 등장한 건 2003년 이후 처음이며, '일본 고유의 영토'란 말이 나온 것도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까지 보였던 러·일 협력 관련 기술도 사라졌다.
청서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인류가 지난 한 세기 구축한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폭거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냉전 이후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역사의 대전환기"라고 강조했다.
◇日 "러, 관계 악화 빌미로 영토 분쟁 강제 종결 시도" 반발
트루트네프 부총리의 발언에 일본은 크게 반발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따르면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루트네프 부총리의 발언 관련 "북방 4섬이 러시아 영토가 된 것처럼 하는 러 측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마쓰노 장관은 "북방 4섬은 일본이 주권을 가진 섬이며,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러시아의 독자 개발은)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FNN은 전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발언이 나온 당일인 전날(25일) 밤 해당 소식을 보도하고,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빌미로 쿠릴열도 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러시아의 속셈이 새삼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러시아는 지금까지 북방 영토를 경제특구로 지정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서방과 함께 대러 제재를 발동한 일본에 대한 보복으로써 러·일 평화조약 교섭 중단도 표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2020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영토 할양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에는 북방 영토를 경제특구로 지정해 러시아 주도로 개발을 진행시킬 방침을 표명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교섭 중단을 발표했다고 산케이는 부연했다.
쿠릴열도는 러시아 극동 사할린주에 속한 열도로, 러측 캄차카 반도와 일측 홋카이도 사이에 56개 섬과 바위섬으로 분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소련이 실효 지배해왔다. 일본은 이 중 남단 4개 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이번 외교청서에서 독도에 대해서도 "국제법상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측의 대응을 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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