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검수완박"...썩은 종기만 도려내야지 팔 하나 자르는 격 [검수완박 흔들리는 검찰 (3)]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6 16:39

수정 2022.04.26 16:42

권력수사 올스톱, 민생사건 지연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이정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검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중재안관련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중앙지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해 /사진=뉴스1
이정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검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중재안관련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중앙지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해 /사진=뉴스1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두고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학계 등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검찰이 권력과 유착해 별건수사, 표적수사로 수사권을 남용하고,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권력수사 기능 마비, 민생 사건 수사 공백 등 우려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팔목에 썩은 종기가 있으면 종기를 도려내야지 팔 하나를 다 자르는 격이라는 것이다.

■이정수 중앙지검장 "검찰 기능 폐지 안 된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26일 긴급 설명회를 열고 "검찰이 공정성·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검찰의 보완 수사 범위 축소, 직접 수사 단계적 폐지는 실체 진실 규명과 인권 보호 역할을 후퇴 시킨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이 필요할 때만 언론을 활용한다', '잘난 검찰집단의 집단행동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면서도 절박하기에 국민과 국회에 중재안에 대한 재고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검수완박 중재안 법안이 검찰의 썩은 종기를 도려내는 수술이 아니라 팔 하나를 자르는 실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재안에 있는 검찰의 경찰 보완수사 범위 축소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경찰이 검찰에 보낸 사건에서 '단일성과 동일성'이 없을 경우 검찰의 수사가 금지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정인이 사건'처럼 아동학대 사건을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이 아동에 대한 '성폭력' 혐의를 찾아냈다 해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중고나라에서 100만원 사기를 친 사기범이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검찰이 찾아내도 직접 수사가 불가능하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를 하게 되면 신속한 범죄 규명이 어렵고, 관련 증거가 인멸될 수도 있다"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강제성이 없어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주고 받는 상황이 무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현행 6대 중범죄에서 2대 중범죄로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직접 수사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대로 경찰의 수사권은 막강해지지만 검찰의 견제 기능이 약화되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검찰은 오히려 '보완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력형 범죄 사장, 민생범죄 대응력 약화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현행 6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서 2대범죄(부패, 경제)로 줄이는 것을 포함해 대형 권력형 범죄의 사장도 우려된다.

현재 검찰에서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중재안에 따라 해당 사건의 경우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관될 수 있지만 추가 적인 수사를 통해서 혐의 여부가 입증될 확률은 낮다.

로스쿨 한 교수는 "공직자,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가 금지되도 경찰이 부패 정치인,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할 수는 있다"며 "예를 들어 국가 대표 축구팀 A매치 경기(선거범죄 등)에 손흥민(검찰) 대신 청소년 대표 축구 선수(경찰)한테 뛰라고 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70여년 이어져 온 형사사법제도를 개편하는 법률안을 여당과 야당이 며칠만에 합의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 야합', '국회의원이 불체포 특권에 이어 불수사 특권을 받겠다는 것' 등의 비판이 나온다.

민생범죄에 대한 대응력 약화도 지적된다. 과거 검찰개혁에 찬성했던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수완박으로 경찰에 편중된 수사 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마저 사라지면 누가 가장 살판이 날까. 당연히 범죄자들이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경찰이 보낸 모든 사건을 검찰이 1번이라도 검토를 했지만 앞으로는 6대 범죄는 물론 모든 범죄 100%에서 피해자들의 이의 신청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려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경찰에 보완수사 강제 △고등검찰에 항고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는 재정신청이 가능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법률소외 계층의 경우 제도를 잘 몰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5.6%에 불과했는데 앞으로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사실상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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