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내내 악화일로
구동존이 전략 바람직
구동존이 전략 바람직
지난 5년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수주의적 외교노선이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전 정부가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한 것도 이에 일조했다.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양국이 피차 얻은 건 없고, 같이 피해만 보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을 벌여온 꼴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날 정책대표단과 기시다 총리의 면담에서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서, 서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니 다행이다. 특히 윤 당선인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다면 꽉 막힌 양국 관계가 풀리는 결정적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그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이 만남 자체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그렇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 톱다운 방식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기시다 총리도 윤 당선인과 통화 직후 가능한 한 빨리 정상회담을 하자고 화답했었다. 물론 난마처럼 얽힌 한일 관계는 정상 간 케미스트리로만 풀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다만 이날 윤 당선인이 친서를 통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이어가자고 제안하고, 기시다 총리가 큰 틀에서 공감한 건 긍정적이다. 양국이 미래지향적 윈윈 게임을 지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차원에서다.
사실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를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끊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발 원자재 공급망 위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한일이 당장 손잡고 해결해야 할 현안은 쌓여 있다. 그렇다면 양국이 과거사 문제는 시간을 두고 미래지향적 해법을 추구하면서 경제·안보 협력 기반을 다지는 게 차선이다. 그러려면 피차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실용적 자세가 필수다. 양측 모두 퇴행적 역사관으로 혐한 정서를 자극하거나 '죽창가'를 입에 올리며 반일정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던 악습부터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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