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를 주도한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등 50억원은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준 대가라고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의 2회 공판을 열고 정 회계사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정 회계사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에 당시 화천대유 양모 전무가 반대하자 김씨가 양 전무를 달래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 회계사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된 것 자체를 막아줘서 병채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했구나 라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양전무는 절대로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병채씨에게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자기는 사인을 안했다고 했다"라고 부연했다.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빠졌다면 화천대유가 주간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을 것인지를 묻는 검찰 질문에는 "네, 포기해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김만배씨의 지시로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곽 전 의원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사업개요를 설명했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사업계획서 완성본도 아니고 개요 정도만 들고 찾아간 것이 뜬금 없는데, 그 경위가 무엇인지"를 묻자 "김만배씨가 가서 간단히 설명하고 오라고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왜 설명하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 재차 묻자 "외부 사정은 잘 모른다"면서도 "그때는 잠도 못자고 일할 때라 김씨 지시 아니면 갈 시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전 의원이) 청와대에서도 근무했었고 회계사인 제가 평생 못볼 높은 분으로 알아 긴장도 많이 했다"며 "준비한 자료도 따로 신경 많이 썼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지난해 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경법상알선수재·특가법상 뇌물)를 받는다.
또 20대 총선 전후인 2016년 3~4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이날 정 회계사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불리는 김만배씨와의 대화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수도 있다고 느꼈다"며 "온갖 상황이 저때문에 발생했다는 것 같아 두려움을 많이 느꼈고 스트레스를 버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전 동업자 정재창씨에게 대장동 사업 관련 로비 폭로를 막는 대가로 준 90억원을 김씨가 자신에게 부담시켰다면서 "김만배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 등 높은 분들이 많아서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관련 배임죄로 기소돼 김씨와 남욱 변호사 등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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