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마지막 주 WHO 지정 ‘세계예방접종주간’
HPV백신, 남성은 만 9-26세, 여성은 만 45세까지 접종
HPV백신, 남성은 만 9-26세, 여성은 만 45세까지 접종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백신에 대한 전국민의 피로감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시작으로 2년간 4회차까지 접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4월 마지막주는 세계보건기구(WHO)이 지정한 ‘세계예방접종 주간’으로 예방접종 중요성 강조와 접종률 향상을 위한 캠페인이 펼쳐진다. 올해는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가 해당 주간이다.
예방접종은 영유아기에 집중돼 있어 성인의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성인예방백신은 감염병에 대한 질병부담을 낮추기 때문에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성인이 놓치기 쉬운 예방접종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이 있다.
■국내 여성 49.9%가 보균했다는 HPV
HPV는 가장 흔한 성매개 감염병 중 하나로 종류만 200여종 이상이 존재하며 이 중 40개 이상의 유형이 직접적인 성적 접촉을 통해 질환을 유발한다. 국내 HPV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에서 만 18-29세 건강한 여성의 절반에 가까운 49.9%가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미국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HPV, HIV,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비롯한 성매개감염병(STI)을 가지고 있으며 약 5500먼명이 HPV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4개 암을 비롯해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코로나 백신 탓? HPV백신으로 예방 가능해
다행히 HPV는 백신을 통한 예방이 가능하다. 시중에서 접종할 수 있는 HPV 백신의 종류는 2가, 4가, 9가 백신 세 가지로, ‘예방할 수 있는 HPV 유형이 몇 가지 포함됐느냐’의 차이로 나뉜다. 기존의 4가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70%의 예방이 가능했으나 2016년에는 자궁경부암 예방 범위를 90%까지 넓힌 9가 백신이 등장했다. 기존의 4가 백신에서 추가로 5가지 고위험 HPV유형을 포함시킨 9가 백신은 남녀에서 질암 20%, 외음부암 15%, 항문암 10%을 더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백신과 교차접종, 건강보험 적용, 무료 접종 대상 확대 등 HPV 백신을 둘러싼 이슈가 떠오르며 접종을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이승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성인 누구나 HPV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며 “미국 질병예방센터(CDC)는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계없이 다른 백신의 접종을 미루지 않을 것을 권고했고 무엇보다 HPV 백신은 연령에 따라 23회 접종을 통한 항체 생성이 필요해 접종 일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경험 있는 사람도 HPV백신 접종 가능
HPV는 성접촉을 통해 전파돼 성경험이 없는 청소년기에 맞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성경험이 있다고 HPV 백신이 무용지물인 것은 아니다. 미국 CDC는 성경험으로 특정 HPV 유형에 노출됐더라도 백신 접종을 통해 다른 HPV 유형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HPV 백신은 2가·4가·9가 백신으로, 이 중 가장 많은 HPV 유형을 예방하는 9가 백신은 남성 만 9-26세, 여성 만 9-45세까지 접종 가능하다. 9가 백신은 성경험이 있는 만 24-4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4년간의 임상연구에서 HPV 6, 11, 16, 18 형에 94.8%의 예방율을 보였다.
■남성도 HPV백신으로 항문암·구강암 등 질환 예방
HPV는 남성에게도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구강암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이 중 특히 생식기 사마귀는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생김새로 사회적 낙인, 수치심을 겪는 환자가 많으며 2030 남성이 신고수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어 백신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HPV는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탓에 남녀 함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모델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여성이 단독으로 접종했을 때보다 HPV 감염률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남성의 HPV 감염이 줄면 여성에게 나타나는 HPV 감염질환도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에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는 HPV에 노출되기 전 접종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어서, 성경험이 있어서’ 항체가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에 감염될 수도 있는 HPV 유형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나이, 성경험 유무, 성별과 관계없이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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