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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고시식당도 컵밥도 다 올랐다"…고시촌 '고물가 직격탄'

뉴스1

입력 2022.04.29 13:01

수정 2022.04.29 13:54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일대. 2022.1.1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일대. 2022.1.1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노량진 컵밥거리. 2020.11.2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노량진 컵밥거리. 2020.11.2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구진욱 기자 =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아는데 밥값을 올릴 수도 없고 안 올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부모님에게 돈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간식을 줄였습니다"

고시촌이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급격하게 오르는 물가에 휘청이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5년째 고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선예씨(53)는 29일 '최근 물가 인상을 체감하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김씨는 "양배추 3통이 1망에 들어있던 게 5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뛰고, 20리터 식용유도 3만원대에서 5만원까지 올랐다"며 "돼지고기, 닭고기부터 채소까지 다 올라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신림동·노량진 고시촌 식당들에게 치명적이다.
이들 식당들은 밥과 국을 기본으로 8~9개의 반찬을 제공한다. 그런데도 가격은 5500~6000원(현금가 기준) 수준이다. 대부분 고시생들은 밥값을 아끼기 위해 쿠폰이나 정기권을 이용한다. 이렇게 되면 한끼당 가격은 4200~4800원 수준까지 내려간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 3월 수입물가지수(148.80)와 생산자물가지수(116.46)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4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씨도 버티기 힘들어 지난 2월에 200원 가량 인상했지만 여전히 적자다. 김씨는 결국 최근 직원을 줄이고 혼자 일하기로 했다.

인근의 다른 고시식당은 폐업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음식 전문 뷔페를 운영하는 서경자씨(75)는 "요새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 맞아 며칠 내로 정리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요리 전문 요리사 월급으로 매달 500만원 이상 나가는 것도 큰 부담이다.

서씨는 "학생들도 가격이 다 오르다보니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만 우리 식당을 찾아 배 터지게 밥을 먹고, 나머지 날들은 3000~3500원짜리 음식으로 때운다고 한다"며 "그런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 좋은 재료를 쓰거나 메뉴를 줄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고시촌에서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김은정씨(52)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물가가 너무 올랐는데 우리 부부는 최대한 감수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감수하려고 한다"면서도 "그래도 조만간 가격을 조금 올릴 수밖에 없을 거 같다"고 털어놨다.

노량진 고시생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컵밥 가게들의 고민도 깊다. 컵밥집 사장 A씨(50대)는 "식용유부터 쌀까지 전 재료가 올라서 하나하나 꼬집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학생들을 생각해서 지난 1월1일에 다 같이 500원씩만 올렸는데 간에 기별도 안 간다"며 울상을 지었다.

현재 노량진 일대 컵밥 가격은 3500~4500원 수준이다.

인근 한식뷔페 사장인 30대 B씨도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매년 500원씩 올렸지만 여전히 운영하기가 힘들다"며 "가성비에 박리다매 위주의 식권이 많이 팔리다 보니 수익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은 한끼에 6000원이지만 식권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가격이 내려간다. 식권 50매는 24만원, 100매는 47만원에 판매한다.

매끼 음식을 혼자 챙겨 먹어야 하는 고시생들도 물가 인상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학생들의 경우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거나 간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1년 전부터 신림동에서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김모씨(24)는 "최근에 동네 치킨집도 가격이 1000원 정도 오르고 빵집도 몇백원씩 올라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웬만하면 집에서 해먹거나 본가에서 반찬을 받아와서 먹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김모씨(25)도 "지난해보다 올해 음식값이 오른 것을 많이 체감하고 있다"며 "부모님 지원을 받는데 밥을 아예 안 먹을 수 없으니 간식을 한 개라도 덜 먹는 식으로 아끼고 있다"고 했다.

노량진에서 컵밥을 먹던 경찰공무원 준비생 박한슬씨(20대)는 "컵밥도 작년에 비해 가격이 올랐지만 다른 곳보다 싸고 빠르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그래도 생활비가 쌓이면 부담 되고 지원해주는 가족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20대 B씨도 "보통 고시식당을 정기권으로 끊고 애용한다"며 "카드가와 현금가가 1000원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것도 크니 최대한 현금으로 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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