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경기 양주시의 아동보호전담 공무원으로 초임 발령받아 근무하는 공무원이 관료조직의 총체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직서를 냈다가 반려됐다.
이 공무원은 부서장 등의 설득으로 병가에 들어간 상태로, 그가 시청 익명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린 글은 캡쳐본 형태로 공유되며 회자되고 있다.
이를 본 공무원들은 "한 개인의 돌발행동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 업무 등 갈수록 늘어가는 복지업무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 등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29일 양주시 다수 공무원 등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담 공무원이었던 A주무관은 지난 23일 시청 익명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지방관료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A주무관은 "도대체 법령을 보지도 않고 무슨 기준으로 발령을 내는지, 공무원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공직생활 시작부터 불길했다"고 털어놨다.
또 "우리 부서는 사업만 200개가 넘고 나 혼자서 수십억의 보조금을 매달 지급한다. 10원이라도 잘못 지급하면 고스란히 모든 책임과 욕은 내가 짊어진다. 그런 팀에 직원은 4명뿐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양주시장(중도하차한 이성호 전 시장)은 첫 발령 난 순간부터 1년 넘게 구경해본 적도 없고, 제일 일을 많이 해야 할 사람은 매일 부재 중이고, 제일 적게 일해야 할 신규직원들만 죽어나도록 일만 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로 시의 인사팀에 찾아갔지만 '본인들도 힘들다'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A주무관은 "양주시 홈페이지 행정조직도 제일 윗자리는 양주시민이다"면서 "인사팀 등 지원부서의 업무가 아무리 힘들다할지언정 즉결민원보다 힘들고 중요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가 남긴 글은 게시판에서 삭제됐지만, 다수 직원들에게 캡쳐돼 공유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게시판 관리자 측에서 임의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확인한 결과, 동료들의 권유에 따라 자진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쓴 글이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인사팀에서 불성실하게 응대했다고도 볼 수 없다"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길래 만류하고 일단 병가를 내고 찬찬히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주시는 내부 인사발령 관련 수 년째 문제점이 제기됐고, 지난해 경기도로부터 문책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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