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들이 1월말 이후 지금까지 약 석달간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사인은 자살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3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가족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 이들 가운데 2명과 그들의 가족들은 하루 사이에 잇달아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 러시아 재벌들이 잇달아 사망한 것이 과연 자살일지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CNN은 29일(이하 현지시간) 1월말 이후 러시아 재벌 가운데 최소 5명이 자살한 것으로 보도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4명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업체인 가즈프롬이나 그 자회사와 연관된 이들이다.
러시아 국영 언론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가즈프롬 산하 가즈프롬인베스트의 운송부문 책임자인 레오니드 슐만이 1월 30일 레닌그라드 인근 레닌스키의 자신 소유 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리아는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수사관들이 이를 자살로 결론 냈다고 보도했다. 신원은 나중에 러시아 국영 렌TV 보도에서 슐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달 뒤 또 다른 가즈프롬 최고 경영진 가운데 한 명이 같은 마을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러시아 독립 일간지인 노바야가제타에 따르면 가즈프롬 임원인 알렉산드르 튤라코프가 2월 25일 시체로 발견됐다. 노바야가제타는 사인이 자살이라고 보도했다.
사흘 뒤인 2월 28일에는 영국 잉글랜드 지방의 서리 자택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억만장자 미하일 워트포드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서리 경찰은 현재 부검이 진행 중이라면서 관련 청문회가 오는 7월 29일 열린다고 밝혔다.
러시아 신문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3월말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또 다른 러시아 재벌 바실리 멜니코프가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멜니코프는 의료용품 업체인 메드스톰 소유주다.
러시아 수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43세의 남성과 함께 41세인 아내, 각각 10살, 4살인 자녀 둘이 칼에 찔린 채 함께 발견됐다.
수사위는 이 남성이 멜니코프인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건 당시 지역과 숨진 이의 나이가 코메르산트에 보도된 내용과 같아 멜니코프인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지역 수사위는 3월 사건 발표 당시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살해 흉기인 칼이 발견됐다고 밝혀 내부에서 범행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위원회는 가장이 아이들과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4월 초에는 또 다른 재벌 2명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가즈프롬뱅크 부사장 출신인 블라디슬라브 아바예프와 그의 아내, 딸이 지난 18일 모스크바 아파트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타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사기관은 가장이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가즈프롬이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가스업체 노바텍 전 임원 세르게이 프로토세니야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부 지역의 지중해 별장지역에서 발견됐다. 아내와 딸도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한편 가즈프롬 부사장 출신으로 최근 러시아를 떠나 우크라이나아에 정착한 이고르 볼로부예프는 아바예프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볼로부예프는 CNN에 "아바예프는 VIP 고객들을 다루는 프라이빗 뱅킹이 업무였다"면서 "막대한 돈을 책임지는 이였다. 그런 그가 자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뭔가를 알았고, 누군가에게 위험이 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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