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3년 만에 밖에서 체육대회를 했는데 오랜만에 해서 어색하면서도 재밌었어요. 이제껏 마스크를 끼고 체육을 해서 숨이 많이 찼는데 마스크를 벗고 뛰니까 시원했어요."
체육대회를 막 마치고 난 금화초등학교 6학년 김연아양(13)은 운동장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김양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이랑 거리두기를 안 하고 재밌게 얘기할 수 있어서 기대돼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2일 아침 9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 소재한 금화초등학교 운동장 머리 위로는 만국기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3년 만에 야외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 체육대회 시간이 다가오자 보라색 단체 티셔츠를 입은 6학년 학생 82명이 선생님 지도를 받으며 한반씩 운동장에 모였다.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포스트 오미크론에 따른 학교 일상회복의 일환으로 모든 학교가 정상등교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학급 단위로 이뤄지는 실외 놀이·체육수업을 비롯해 체육대회에서도 인원 수에 따라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했다.
학생·학부모 등을 포함해 참가자가 50명 미만인 경우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50명 이상인 경우에는 체육활동을 직접 하는 학생은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단순 관람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80여명이 참여한 이날 금화초 체육대회에서도 학생들은 대기, 관람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직접 뛸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흥분 감추지 못하며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네 반이 모두 모이고 선생님의 안내 말씀이 끝나자 이내 학생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반마다 '참전' 종목의 구역으로 향했다.
6학년 2반과 3반 학생 40여명은 운동장 가운데에서 낙하산 천(파라슈트)을 손에 쥐고 공을 튕기는 활동을 시작했다. 낙하산 천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짐볼, 탱탱볼을 튀기되 오랫동안 바깥으로 튕겨나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컨트롤'이 필수인 활동이다.
공이 바깥으로 튕겨나가려 하자 학생들은 "안돼!"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공을 막아냈다.
1반과 4반 학생들은 운동장 한편에서 장애물 이어달리기를 준비했다. 한반에 20명가량 되는 학생들이 모두 뛰면서 골대에 콩주머니 넣기, 컵스택 쌓기, 기어서 통 통과하기 등을 수행해야 하는 초대형 이어달리기인 셈이다.
선생님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안내하자 출발선에 선 학생들은 이전 주자를 기다리며 마스크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마스크를 벗지 않고 꿋꿋이 달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달렸던 A군(13)은 자기 차례가 끝나고 다시 줄에 서면서 한동안 숨을 몰아쉬었다. 마스크를 벗고 뛰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묻자 A군은 "아니요. 그냥 지금은 이게 더 편해요"라고 말했다.
이날 1반과 4반의 대전에서는 1바퀴를 뒤처지던 4반 학생들이 막판 스퍼트를 내며 반바퀴까지 쫓아왔지만, 1반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편, 같은 시간 실내 체육관에서는 2학년 학생들이 설치된 에어바운스(풍선 놀이기구), 트램펄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학교 현장에 방문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손을 흔들자 어린이들은 몇 번 손을 흔들어 보이더니 다시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6학년 부장교사인 이혜원 교사는 체육대회 직후 "아이들 눈 아래로 얼굴을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설렜다"며 "아이들이 기존에도 마스크를 워낙 잘 써왔다보니 몇몇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으라고 안내할 때 당황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 준비하면서 가능한 한 마스크를 벗고 하면 좋겠지만, 벗지 않겠다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았다"며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률이 낮다보니 아직은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금화초에서 진행된 학교 일상회복 간담회에서 "학습만이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사회적 관계 형성을 통해 성장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온전하게 학교의 모든 활동이 안착될 수 있도록 교육부, 교육청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굉장히 기대하고 학교마다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은 코로나19 상황이 최종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므로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켜가면서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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