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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의 스승 안우진을 말하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2 14:23

수정 2022.05.02 14:23

[파이낸셜뉴스]
키움 안우진이 탈삼진 1위로 올라섰다. /사진=뉴스1
키움 안우진이 탈삼진 1위로 올라섰다. /사진=뉴스1

안우진(23·키움)이 탈삼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안우진은 1일 KT전서 5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빼앗아 도합 49개로 이 부분 선두에 올랐다. 투수 3관왕을 달리던 반즈(45개·롯데)를 탈삼진 2위로 끌어내리고 토종 투수 자존심을 지켰다.

안우진은 사연 많은 투수다. 데뷔 첫 해부터 엄청난 폭발력을 보였으나 번번이 마지막 도약대 앞에서 멈춰 섰다.
올 시즌 비로소 꽃을 피웠다. 처음엔 누구보다 일찍 개화의 조짐을 보였다.

2018년 준 플레이오프서 보여준 위력은 당장 KBO리그를 씹어 삼킬 듯했다. 안우진은 한화와의 가을야구 데뷔전서 5⅔이닝 무실점 승을 올렸다. 1-1 동점이던 4회 초 1사 2,3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상황이나 주자의 위치 모두 갓 신인 투수에겐 부담스런 장면이었다. 대개의 신인 투수는 가을 무대에 서면 스트라이크 집어넣기에 급급하기 마련이다. 눈앞이 새까맣게 변해 포수 미트가 안 보인다는 투수도 있었다.

안우진은 달랐다. 초구부터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 2구는 150㎞ 직구 스트라이크. 8번 김회성을 유격수 땅볼 처리, 9번 정은원과의 승부 내용이 기막혔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좋았다.

1,2,3구 내리 직구(149㎞~150㎞), 4구는 슬라이더. 강타와 연타를 섞은 다음 마지막 승부구는 151㎞ 강속구. 정은원의 배트가 헛돌았다. 위기 상황서 구원 등판한 신인 투수는 씩씩하게 무대를 내려갔다.

위기에서 배짱 투구는 안우진을 더 돋보이게 한다. 1일 KT전서 2회 맞이한 무사 만루 위기. 키움이 5-1로 넉넉하게 앞서 있었으나 한 방이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절벽 앞이었다.

안우진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직구 스피드는 점점 빨라졌다. 이후 세 타자에게 던진 6개의 직구 가운데 가장 느린공이 155㎞였다. 가장 빠른 공은 158㎞. 게릿 콜(뉴욕 양키스) 얘기가 아니다.

안우진은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첫 타자 권동진에겐 3개 밖에 던지지 않았다. 직구, 직구, 체인지업 헛스윙. 좌타자인 권동진은 연속된 강속구 다음에 날아드는 체인지업에 두 손을 들었다.

안우진은 192㎝ 92㎏의 좋은 체격을 지녔다. 오타니 쇼헤이(193㎝ 92㎏·LA 에인절스)를 연상시키는 몸이다. 이수중학교 시절엔 그리 크지 않은 신장에 통통한 몸매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안우진을 휘문고로 스카우트했던 당시 이명섭 감독(서울시 야구협회 수석 부회장)은 “야구장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녔다”고 회상했다. 중학교 땐 두드러진 투수가 아니었다.

마운드에서 승부근성만큼은 최고 투수들 못지않았다. 부드러운 투구 폼과 근성을 높이 사 정원 문제로 학교 측과 싸우다시피 하며 안우진을 뽑았다고 한다. 그러고도 1년은 내리 쉬었다.

갑자기 키가 크는 바람에 성장통을 겪어서다. 그 일 년의 휴식이 안우진에게는 보약이 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도 최고지만 앞으로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간판 투수로 성장할 것이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안우진은 고교 때 학폭 사건으로 인해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
이대로 묻어두기엔 그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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