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에 위기관리 능력도 겸비
탈삼진 49개로 반즈 제치고 1위
학폭논란에 태극마크 달지 못해
탈삼진 49개로 반즈 제치고 1위
학폭논란에 태극마크 달지 못해
안우진은 사연 많은 투수다. 데뷔 첫해부터 엄청난 폭발력을 보였으나 번번이 마지막 도약대 앞에서 멈춰섰다. 올 시즌 비로소 꽃을 피웠다. 처음엔 누구보다 일찍 개화의 조짐을 보였다.
2018년 준플레이오프서 보여준 위력은 당장 KBO리그를 씹어 삼킬 듯했다. 안우진은 한화와의 가을야구 데뷔전서 5⅔이닝 무실점 승을 올렸다. 1-1 동점이던 4회초 1사 2, 3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상황이나 주자의 위치 모두 갓 신인 투수에겐 부담스런 장면이었다. 대개의 신인 투수는 가을 무대에 서면 스트라이크 집어넣기에 급급하기 마련이다. 눈앞이 새까맣게 변해 포수 미트가 안보인다는 투수도 있었다.
안우진은 달랐다. 초구부터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 2구는 150㎞ 직구 스트라이크. 8번 김회성을 유격수 땅볼 처리, 9번 정은원과의 승부 내용이 기막혔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좋았다.
1, 2, 3구 내리 직구(149㎞~150㎞), 4구는 슬라이더. 강타와 연타를 섞은 다음 마지막 승부구는 151㎞ 강속구. 정은원의 배트가 헛돌았다. 위기 상황서 구원 등판한 신인 투수는 씩씩하게 무대를 내려갔다.
위기에서 배짱 투구는 안우진을 더 돋보이게 한다. 1일 KT전서 2회 맞이한 무사 만루 위기. 키움이 5-1로 넉넉하게 앞서 있었으나 한방이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절벽 앞이었다.
안우진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직구 스피드는 점점 빨라졌다. 이후 세 타자에게 던진 6개의 직구 가운데 가장 느린공이 155㎞였다. 가장 빠른 공은 158㎞. 게릿 콜(뉴욕 양키스) 얘기가 아니다.
안우진은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첫 타자 권동진에겐 3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직구, 직구, 체인지업 헛스윙. 좌타자인 권동진은 연속된 강속구 다음에 날아드는 체인지업에 두 손을 들었다.
안우진은 192㎝, 92㎏의 좋은 체격을 지녔다. 오타니 쇼헤이(193㎝ 92㎏·LA 에인절스)를 연상시키는 몸이다. 이수중학교 시절엔 그리 크지 않은 신장에 통통한 몸매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안우진을 휘문고로 스카우트했던 당시 이명섭 감독(서울시야구협회 수석부회장)은 "야구장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녔다"고 회상했다. 중학교 땐 두드러진 투수가 아니었다.
마운드에서 승부근성만큼은 최고 투수들 못지않았다. 부드러운 투구 폼과 근성을 높이 사 정원 문제로 학교 측과 싸우다시피 하며 안우진을 뽑았다고 한다. 그러고도 1년은 내리 쉬었다.
갑자기 키가 크는 바람에 성장통을 겪어서다. 그 일년의 휴식이 안우진에게는 보약이 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도 최고지만 앞으로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간판 투수로 성장할 것이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안우진은 고교 때 학폭 사건으로 인해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 이대로 묻어두기엔 그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
texan509@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