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880억마리 이상의 동물이 도축된다. 축산업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운송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축산업에서 비롯되는 환경문제는 온실가스 배출 외에도 삼림 벌채, 생물의 멸종, 토지 황폐화, 수자원 고갈, 환경오염 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이나 보건당국에서도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 전 세계 가축 생산량을 줄이고,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을 촉구하는 등 실질적으로 환경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점점 더 자신을 의식 있는 소비자로 차별화하고 있다. 이것은 식물성 기반의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명확한 동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가 식물성 대체육을 구매하는 주요 이유는 건강(70.2%), 환경(35.8%), 동물보호(2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경과 동물을 위한 소비를 선택하는 소비자 동향에 따라 한국 기업들 역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대체육류 제품 생산을 늘려 나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동물복지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하는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협업해 대체육 메뉴를 제공하는 기업체 캠페인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직원들에게 점심식사로 대체육류를 제공하고 있으며, 농심그룹은 식물성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선보였다. 풀무원식품은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식물성 기반의 대체육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을 가진 비즈니스 문화로 인해 식물성 식품이 단지 또 하나의 트렌드로 머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앞으로도 단순 트렌드를 넘어 기업들이 보이는 꾸준한 관심이 소비자마케팅 이상의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기적인 식생활 방식 변화가 진행 중인 시점에 있어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가치소비는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사는 지구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미래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서보라미 국제동물보호단체 'HSI' 한국정책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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