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제공한 만큼 시간화폐로 적립해 필요할 때 도움받아
서울시, 서울시간은행, 올해 4개 거점에서 시범사업 시작
2023년 자체 온라인 플랫폼 만들어 모든 지역으로 확장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시가 일상 속 이웃에 도움을 준 시간 만큼 '시간화폐(Timepay·타임페이)'로 적립해 쓰는 신개념 형태의 품앗이 '서울시간은행'을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서울시간은행은 본인의 시간을 써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활동한 시간만큼을 현금처럼 시간화폐로 적립해뒀다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쓰는 개념이다. 미국에서 시작해 현재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타임뱅크' 방식에서 차용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경북 구미, 경기 안산시에서 도입된 바 있다.
간단한 집수리부터 카풀,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등 일상 속 도움을 주고 받는 데에 서울시간은행을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대학생이 한 노인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고 시간화폐를 적립한 뒤 이삿짐 나르기, 자전거 수리 등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위해 시간화폐를 쓰는 식이다.
서울시는 올해 4개 거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효과를 분석한 뒤 2023년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지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일상 속 도움을 주고 받는 데에만 시간화폐를 활용하지만, 향후 적립된 시간화폐를 모아 취약계층 기부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오는 9일부터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을 통해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14세 이상 서울시민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4개 거점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활동 수요, 공급 매칭, 시간화폐 적립사용 등을 지원하게 된다.
은행 지점 개념의 4개 거점은 국민대(정릉)지점,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방학2동)지점, 타임뱅크하우스(홍은동)지점, 서울시청지점 등에 마련된다. 시는 기관자원연계형, 생활권기반형, 문제해결형 등 3개 유형, 6개 운영모델을 각 지점에 적용할 예정이다.
국민대 지점에서는 기관자원연계형 중 대학연계모델이 추진된다. 국민대 학생들과 정릉동 일대 주민이 함께 참여해 상생모델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지역 어르신이 어려워하는 물품조립법, 디지터기기 활용법 등을 알려주고, 학생들은 자취방 정리정돈, 밑반찬 나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민대 산학협력단에서 지역상생활동과 시간은행활동을 연결해 기획.지원한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수탁기관인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도 산하 단체 '행복나눔 가피 봉사단'을 통해 국민대 지점 활동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다.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지점은 어르신,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층, 가정주부 등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세대통합형 선순환 구조로 만든다.
타임뱅크하우스 지점은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홍은동에 위치한 만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활동에 집중한다. 노인 한 명이 탁구, 게이트볼 등 생활체육을 1시간 코칭해주면 시간화폐로 적립한 뒤 집 화단 등을 가꿀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청지점은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말 육아 품앗이, 카풀, 1대1 멘토링, 물품 대여 등을 도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시청지점 모델이 활성화될 경우 하나의 직장 공동체 문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서울시는 이날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주요 기관과의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시, (사)타임뱅크코리아,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 도봉구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등 총 5개 기관이 참석했다.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개개인의 고립과 외로움 해소와 함께 현대 대도시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서도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간은행이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상생도시 서울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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