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검수완박' 후폭풍 거세질듯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3 16:56

수정 2022.05.03 17:09

3일 국무회의 의결로 '검수완박' 마침표
민주당 당론 채택 3주 만에 '입법 완수'
검찰·국민의힘 반발에도 압도적 의석으로 드라이브
중수청 논의할 사개특위 두고 벌써 신경전
얼어붙은 정국에 후속 논의도 난항 예고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03.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03.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검수완박 규탄 피케팅 속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 2022.5.3/뉴스1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검수완박 규탄 피케팅 속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 2022.5.3/뉴스1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이 통과 된 후 본회의가 산회하자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2022.5.3/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이 통과 된 후 본회의가 산회하자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2022.5.3/뉴스1

[파이낸셜뉴스] 3일 국무회의 공포를 끝으로 검찰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절차에 마침표가 찍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12일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3주 만이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입법을 밀어 붙이면서 문재인정부 내 법안 공포라는 목표를 완수했다. 국민의힘은 막판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합법적 무제한 토론)로 총력 저지에 나섰지만 당초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사흘 만에 뒤집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설치 등 후속 논의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축소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검수완박 마지막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 174인 중 164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이태규·최연숙 국민의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3인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배진교·심상정·강은미·류호정·이은주·장혜영 등 정의당 의원 6명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권했다. 국민의힘이 표결 전 막판 저지에 나서면서 장내는 항의와 고성이 가득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박병석 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지난 회기에서 무제한 토론이 종결된 안건은 지체없이 표결돼야 한다"며 표결에 부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법 똑바로 지켜라", "언제부터 의장이 국회법을 지켰냐"고 따지면서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박 의장은 표결 결과에 따라 법안 가결을 선포했다.

송 부대표는 "검수완박법이 정부에 이송된 후 관계 부처 의견 수렴 등 통상적 절차조차 무시하고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이 의결된다면 오늘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입법독재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압도적 의석으로 입법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후속 조치에 돌입했지만 국민의힘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부터 보이콧하고 있어 여야 극한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중수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한 사개특위구성 결의안도 가결됐다. 사개특위는 올해 연말까지 활동하며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되나 국민의힘은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여기서 중수청 설치와 수사기관 수사권 조정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검찰과 국민의힘, 정의당에서 제기한 형사소송법 '독소 조항'도 사개특위를 통해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은 지난달 30일,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은 지난달 30일,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편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당 내홍 조짐이 불거지면서 당 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검수덜박'의 속도 조절파가 맞서면서 내홍 조짐을 보였었다. 국회의장 중재안 이후 '단일대오'를 이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이 불 경우 내홍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다가 사흘 만에 뒤집으면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결정적인 국면에서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명분과 실리를 잃는 결정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당이 초반 다른 목소리를 낸 만큼 향후 원만한 당정 관계를 이끌어야 할 숙제도 안게 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검수완박 법안은 4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경제 및 부패 범죄 등에 한정한 것이다. 법안 공포 4개월 후 검찰의 대형참사, 방위사업, 공직자 범죄 수사권은 폐지된다. 선거범죄 수사권은 6.1 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올해 연말까지 유지된다.
경제 및 부패 범죄 수사권도 중수청이 출범하면 폐지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 별건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검찰에 송치된 사건 중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검찰의 보완 수사를 허용한다.
직접적 피해자나 고소인이 아닌 고발인은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해서는 검찰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없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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