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군에서 사고로 두 팔을 모두 잃은 상이군인이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이연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상이군인은 최근 자신이 상이연금 지급 대상자였음을 알고 연금 지급을 신청하려 했지만 '제대 후 5년'이란 신청 시효가 지나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인빅터스 게임)에 우리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사이클 선수 나형윤씨(38)다.
지난 2003년 10월 육군 하사로 임관한 나씨가 사고를 당한 건 2006년 11월 중사로 복무했을 때다. 육군 제22보병사단 일반전초(GOP)에 근무하던 나씨는 철책을 비추는 경계등이 정전되자 상급부대 명령에 따라 대대장 입회 하에 복구 작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그는 작업 중 고압전기에 감전됐고 이후 약 6개월 간 치료를 받았으나 양팔에서 괴사가 진행돼 절단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사고 약 7개월 뒤인 2007년 6월 의병 전역했다.
나씨에 따르면 그는 사고 당시 악천후로 헬기가 뜰 수 없어 군 구급차로 강원도 속초를 거쳐 국군강릉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불가 통보를 받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나씨는 군 구급차로 수 시간을 달려 서울 영등포의 민간병원에 도착한 뒤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 과정에서 부상 정도는 더 악화됐다.
게다가 군 당국은 민간병원 치료비조차 나씨가 내도록 했다. 나씨는 하루 약 200만원의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했다. 6개월 간 3000여만의 병원비는 모두 나씨 부모가 냈다.
나씨는 민간병원에서 퇴원한 뒤 국군강릉병원에 2~3일 입원했다가 귀가했고 1주일 뒤 우편으로 전역증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인빅터스 게임에 함께 출전한 선배 선수로부터 상이연금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까진 이 같은 제도가 있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나씨는 "귀국 직후 곧바로 국방부 담당부서에 연락했지만 소멸 시효가 지나 상이연금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전역 당시 상이연금 신청 대상자였던 건 맞지만, '미리 고지 받지 못했다'는 건 일방적 주장이라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도를 알았고, 소멸 시효가 5년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신청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20대 젊음을 바쳐가며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군 생활이 사고 당시 군에서 당한 상황과 함께 부정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위해 일하다 다쳐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젊은 친구들과 아직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를 선배 국가유공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나씨가 두 팔을 절단하면서도 상이연금을 못 받은 데는 당시 부대 지휘관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씨는 지휘관들이 사고가 자신의 진급에 영향을 미칠까봐 전전긍긍한 나머지 공무상 사고가 아닌 개인 과실에 의한 사고로 처리하려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나씨 사연이 세간에 알려지자 3일 오전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나씨는 지난달 22일 인빅터스 게임 출전 당시 사이클 남자 3.3㎞ 개인 독주 로드 바이크1(총 3단계 장애등급 중 최고 등급) 경기에서 5분16초18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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