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마스크 미착용한 아이 찾기 어려워
미확진 아이들 스스로 조심 "아프기 싫어요"
학부모들 "아직 눈치보여…쓰게 하는 분위기"
체육대회, 학교장 재량 따라 마스크 유무 달리해
"감염 우려로 착용" vs "저산소증 걱정돼 벗게"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익숙해져서 안 답답해요. 눈치도 좀 보이고 아직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3일 서울 종로구 한 초등학교는 오전 8시30분이 넘어가면서 부터 친구들과 혹은 부모님과 손을 잡고 등교하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실상 해제된 지 이틀째를 맞이했지만 마스크를 벗은 채 등교하는 아이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실외 마스크 의무화 지침이 완화되면서 등교길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종전과 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아직 코로나에 걸려본 적이 없다는 박모(11)양은 "부모님이 얘기하신 건 없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좀 지속되고 있으니까 눈치도 보이고, 굳이 학교에서도 벗으라고 얘기하지 않아서 그냥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은 "저희 집에 아직 오빠만 걸렸어요. 저도 걸리면 아플 거 같아서 답답해도 참아요"라고 덧붙였다.
5학년 백모양도 온가족이 확진됐지만 "혹시 모르니까 쓰고 다닌다"며 "안 쓰면 어색하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등교하던 3학년 최모양은 "한번 걸렸었는데 엄마 아빠가 위험하니까 마스크 꼭 쓰고 벗지 말라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역시 아직은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다.
분홍색 마스크를 끼고 학교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다 발길을 돌린 정수진(46)씨는 "첫째 아들이 고등학생이라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데도 아직 안 걸렸다"며 "아직 야외라도 마스크를 벗으면 눈총을 받는 게 좀 있다. 주변 학부모들은 대부분 다 쓰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학교에 입학한 손자를 바래다주는 할머니 최모(64)씨도 "애기가 꽃가루 알레르기와 비염도 있고 요새 미세먼지도 많고 해서 끼는 게 좋을 거 같다. 습관이 돼서 안 답답해한다"며 "야외에서 마스크 벗게 된 것이 큰 의미는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 A씨는 "학생이 500명 가까이 되다보니 아직은 학부모들이 불안한다"면서 "실내 마스크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고 각자 스스로 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경각심을 갖고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의젓하게 밝히는 아이들도 여럿이었다.
출근길에 양손에 3학년 아들, 1학년 딸의 손을 잡고 등교시키던 아버지 김모(42)씨는 "위험하다 생각한 건 아니고 습관적으로 끼는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난 위험하다고 생각해"라고 당차게 의사를 표현해 김씨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인근에서 마스크를 씌운 채 손녀의 손을 잡고 유치원 등원 차량을 기다리던 할머니 조모(66)씨도 "어른보다 애들이 더 잘 참는다"고 말했다. 6살 유모양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왜 쓰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위험해서요"라고 대답했다.
한편 교육 당국은 50명이 넘지 않는 실외 체육대회에서도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전날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참여인원이 50명이 넘을 경우 선수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그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50명이 넘지 않아도 학교장이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면 마스크를 착용하게 할 수 있다.
실제 해제 첫날인 전날 체육대회를 진행한 학교들에서는 각 학교장 재량에 따라 야외 마스크 착용 유무를 달리했다.
B학교는 최근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육대회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내놨다. 이에 한 학부모는 "1학년 딸 아이가 아직 확진되지 않아서 걱정됐는데 마스크를 끼고 진행한다고 해서 다행이었다"며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답답할 때만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서 잠깐씩 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초등교사 임모(32)씨는 "어제 실외 마스크 해제 첫날이었지만 아이들 모두 거의 마스크를 끼고 체육활동을 했다"며 "격렬한 활동 중에 비말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교내 방침상 그렇게 정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야외활동 수업에서만이라도 가능하면 마스크를 벗었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씨는 "아이가 뉴스를 보고 아침에 환호하면서 갔다"며 "저산소증이 걱정돼서 상황에 맞게 벗기도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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