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음악 교과서에 국악이 안보인다… 국악계 "명시화 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3 17:54

수정 2022.05.04 09:21

하반기 고시 앞둔 '개정 교육과정'
기초 연구진 모두 서양음악 전공
국악 전임교수 둔 전국 사범대는 두 곳 뿐… 교대 평균 2.11시간
국악계 "공교육 현장조차 홀대"
교육부 "2차 연구에 반영" 진화
음악 교과서에 국악이 안보인다… 국악계 "명시화 하라"
올해 하반기 고시를 앞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놓고 국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개정교육과정에서 국악 교육이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 교육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선 상태지만, 오는 4일 12명의 국악 무형문화재가 성명서를 낼 예정이라는 점에서 갈등의 골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과서 가이드라인에 국악 사라져

3일 국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등 139개 국악 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성명서를 낸 것은 교육부가 지난 4월 중순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의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육 목표를 의미하는 '성취 기준'은 학교 수업·평가와 교과서 편찬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현행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총 6개 항목의 국악 관련 내용이 '성취 기준'으로 명시돼 있고, 이에 따라 초중고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다.

국악계는 교육부가 시안 개발 연구에 앞서 지난해 진행한 기초 연구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 2명이 모두 서양음악 전공자인 탓에 국악 교육을 후퇴시키는 편향적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국악계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교육부의 연구 기획·운영 부실에 있다고 비판했다.서로 공통점이 없는 체육, 음악, 미술 교과를 하나의 교육과정 기초연구로 통합해 4000만원의 적은 용역비로 6개월 동안 졸속 연구를 수행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국악계는 국악체계가 흔들리는 근본 원인으로 교사 양성 과정을 꼽고 있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전국의 교육대학에서 국악 관련 필수과목 수업 시수는 서울교대 1시간, 부산교대 1.5시간, 청주교대 2시간 등 평균 2.11시간에 불과했다. 4년 동안 주 2시간 남짓 국악 수업을 한 학기만 들으면 된다는 의미다.

중등 교사 양성 기관인 사범대의 경우 음악교육과에 국악 전공 전임교수가 있는 학교는 교원대와 공주대, 단 두 곳밖에 없다. 이렇게 국악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공교육 현장으로 나온 교사들이 또 서양음악 위주의 수업을 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악계 의견 수용여부가 관건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4월 해명자료를 통해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서 국악 내용에 관한 성취기준과 음악 요소와 개념 체계표는 삭제됐으며 대신 그 내용이 '성취기준 해설'에 옮겨 서술돼 있다. 다만 교육과정 체계를 다시 잡는 과정에서 지식이해, 가치 등 넓은 범주로 성취기준을 만들다 보니 국악 관련 내용이 빠졌을 뿐 국악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기초연구 과정에서 국악계 참여는 없었지만 이어진 1차 연구에서는 총 10명의 연구자 중 4명이 국악계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지난달 봉합하는 듯 보였던 국악계와 교육부는 또 다시 갈등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오는 4일 국악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이영희 명인을 비롯해 12명의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이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시안)에 드러난 국악교육 퇴출 위기와 관련해 긴급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성명서에서 통해 교육과정에 국악내용 명시화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장은 "국악계에 대해 따로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2015년 교육과정과 같이 2022 교육과정에서도 동일하게 개념체계표와 성취기준에 국악을 명시해달라는 것"이라며 "요청이 받아드려지지 않으면 국악계가 한 몸이 돼서 (싸움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앞서 발표된 것은 교육과정 1차 연구결과이며, 의견수렴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됐다"며 "국악계의 의견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을 2차연구에 담을 것이라는 점에서 절대 선을 그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