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간 상하이 16개 구에서 확진자와 무증상 격차가 가장 큰 지역·시기는 황푸구의 30일자 기록이다. 확진자는 1명이지만 무증상은 1046명으로 나와 있다. 1000배 이상이다. 다른 통계 역시 격차의 크고 작음은 있어도 확진자가 무증상보다 많이 나온 날은 없다. 중국 중앙정부의 전체 통계도 유사하다. 2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68명인 데 비해 무증상은 5647명에 달했다.
무증상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기침, 발열 등 증상이 없는 경우다. 중국은 이를 이유로 확진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무증상은 이런 특성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 아프면 스스로 진단에 나서게 되지만 무증상은 평소와 다름 없어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검사를 받지 않는다.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2000만명 넘는 시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숨어 있는 조용한 전파'를 잡기 위한 조치다.
베이징은 중국을 상징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최고 지도부가 베이징에 있다. 상하이가 경제수도로 불린다면 베이징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면에서 컨트롤타워다. 여기다 5개월여 뒤에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짓는 대관식인 20차 당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무증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상하이와 같은 전면봉쇄도 각오해야 한다. 무관용 방역을 자랑하는 제로코로나에서 베이징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 시 주석까지 직접 나서 제로코로나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지시까지 한 상황이다.
중국 통계의 '이상함'은 새로운 게 아니다. 재확산 후 6주 동안 38만6000명이 감염됐으나 사망자는 2명에 그칠 때도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인구 10만명당 치사율 0.5명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상하이 첫 사망자는 외신 보도 이틀 뒤 공개됐다.
베이징의 고민은 이해된다. 베이징이 봉쇄되면 민심은 흔들리고 대관식의 성공적인 개최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확산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감염자는 분류하되, 시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을 법하다.
그러나 통계는 신뢰를 먹고 산다. 믿는 마음, 즉 신심(信心)을 잃으면 통계는 생명력을 잃는다. 방역을 위한 제로코로나가 아니라, 제로코로나 유지 수단으로 통계가 쓰일 때도 신심은 작동할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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