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가정에 불화가 발생할 것이라며 겁을 준 뒤 2년에 걸쳐 9600여만원을 받아낸 60대 무속인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신상렬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60·여)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점을 보기 위해 찾아온 피해자 B씨에게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돈과 금품 961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08년 남편 문제로 점집을 찾은 B씨가 무속에 의존하려는 성향을 보이자 가정에 나쁜 일이 일어날 것처럼 속이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먼저 피해자가 아들 건강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노렸다. A씨는 2016년 "아들이 척추장애로 평생 불구가 될 것"이라며 "아들이 장애인이 되지 않게 하려면 내 허리에 순금벨트를 차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무속인 말에 속은 B씨는 당시 시가 500만원 상당의 순금벨트를 A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A씨가 굿이나 기도로 흉사가 일어날지 여부를 좌우지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법정에서 "벨트를 피해자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증인으로 나온 법당 직원이 "A씨 지시로 B씨에게 '벨트를 길거리에 앉아있는 노인에게 줬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하면서 주장이 기각됐다.
이 밖에도 A씨는 "신통력을 발휘해 (B씨가 소유한) 건물 임대가 빨리 나가도록 해주겠다", "딸이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니 신통력으로 이를 방지해주겠다", "아들의 서울대 합격 축원 기도를 해주겠다"고 말하며 여러 차례 피해자를 속여 금품과 돈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 행위가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의 무속 행위에 해당하거나 그에 대한 대가로 금전을 수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속인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느끼도록 기망해 금전을 편취한 죄질이 매우 불량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하였으므로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 방어권 보장과 피해 복구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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