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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형과 택진이형의 희비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4 14:03

수정 2022.05.04 14:03

[파이낸셜뉴스]

정용진 SSG랜더스 구단주. (사진=SSG 랜더스 제공) /사진=뉴시스화상
정용진 SSG랜더스 구단주. (사진=SSG 랜더스 제공) /사진=뉴시스화상


프로야구는 초반 흥행부진으로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롯데와 LG의 주말 3연전으로 불씨가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NC가 또 다시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NC 코치 두 명이 원정지인 대구에서 주먹 다툼을 벌여 파문을 낳고 있다.

NC 한규식, 용덕한 두 코치는 3일 새벽 대구 원정 숙소 인근의 한 술집에서 심하게 다투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 코치는 경찰 조사를 받은 후 구단에 의해 퇴단 조치를 당했다.


병원 치료를 받고 나온 용 코치는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업무에서도 배제됐다. 사고가 난 날은 지난 해 코로나 19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원정 숙소에서 술판을 벌여 출장 징계를 받았던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등 NC 선수 3명의 복귀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2020년 우승팀에서 3일 현재 최하위로 전락한 NC로선 심기일전의 호기를 맞이할 수 있었으나 뜻밖의 팀 내 코치진 폭행 사건으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들의 복귀는 규약 상으론 문제가 없으나 야구팬들의 정서상 곧장 이루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 /사진=뉴스1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 /사진=뉴스1


프로야구 판 분위기를 흐려놓는 NC의 일탈 행위는 수년 전부터 계속 이어졌다. 1군 무대에 등장한 이듬해인 2014년 이성민이 승부조작을 한 사실을 알고도 그를 특별 지명으로 데려가려 했던 신생 팀 KT에 통보해 주지 않았다.

2018년엔 강민국의 음주 운전 전력을 숨긴 채 그를 트레이드시키려 해 비난을 받았다. 2019년엔 구단 직원 하나가 사설 스포츠 토토에 베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엔 코로나 19의 엄중한 상황서 일부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술판을 벌여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

NC 김택진 구단주는 팬들에 의해 ‘택진이 형’으로 불린다. 프로야구 최초로 원정 숙소 1인 1실을 채택해 선수들과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원정 숙소에서 두 명이 한 방을 쓰는 불편을 해소해 여타 구단들이 따라 오게 만들었다.

2013년 9개 팀 가운데 7위를 차지한 NC는 이듬 해 3위로 처음 가을 무대를 경험했다. 2016년엔 1군 체험 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20 시즌은 NC의 절정이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6할 승률(0.601)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서 두산을 누르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컵 대신 커다란 집행검을 선보여 해외에 까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후 NC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 해 7위로 내려앉더니 올 시즌 최하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겨울 FA 시장에 164억 원을 투자해 손아섭, 박건우를 데려 와 상당한 전력보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상태여서 충격은 더욱 컸다.

프로야구에는 ‘택진이 형’ 외에도 또 한 명의 형이 있다. SSG ‘용진이 형’이다. SSG의 전신 SK는 2020년 9위였다. 지난 해 6위로 3계단 상승한 SSG는 3일 현재 1위로 고공비행 중이다.

SSG는 술술 잘 풀린다. 메이저리그서 재 영입한 김광현은 NC 코치들이 사고를 치던 날 밤 KBO리그 통산 140승 고지를 밟았다.
SSG는 김광현의 활약에 힘입어 맨 먼저 20승 고지에 올라섰다.

1위 SSG와 10위 NC는 3일 현재 11.5경기 차이다.
용진이 형과 택진이 형의 심리적 거리는 그보다 훨씬 멀게 느껴진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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