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일(이하 현지시간) 예상대로 0.5%p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우려하는 0.75%p 금리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제롬 파월 의장이 밝혔다.
연준은 이와함께 약 9조달러에 이르는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이른바 양적긴축(QT)도 시작하기로 했다.
이날 금리인상으로 연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는 0.75~1%로 높아졌다.
QT와 함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고공행진을 잡기 위한 과감한 '빅스텝'이다.
주식시장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연준 발표 뒤 뉴욕증시 3대지수는 곧바로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흐름이 갈렸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나스닥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0.75%p 금리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식시장은 다시 급등세로 반전했다.
■ 2000년 5월 이후 최초
연준이 이날 이틀 간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결정한 0.5%p 금리인상은 22년만에 처음이다. 2000년 5월 0.5%p를 인상한 뒤 금리인상 폭은 매번 0.25%p로 고정돼 왔다.
당시 연준은 닷컴거품에 따른 시장과열을 막기 위해 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엔 다르다. 단발성이 아니다.
0.5%p 이상의 금리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공급차질·노동공급 축소 등의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연준은 과감한 통화정책 긴축 행보, 이른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8.5%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을 우선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 0.75%p 인상 검토 안 해
금융시장에서는 치솟는 물가 고삐를 잡기 위해 6월(14~15일) FOMC에서는 연준이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같은 전망을 토대로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말 연준 기준금리인 FF 금리 목표치가 3~3.2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0.75%p 금리인상 전망이 이날 FOMC 뒤 나스닥지수를 하락세로 몰고갔다.
그러나 FOMC 뒤 기자회견에서 반전이 이뤄졌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0.75p 금리인상은 FOMC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인플레이션이 평평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은 또 연준이 실업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세와 물가상승세를 둔화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심각한 구인난으로 인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대량 실직을 부르고, 이에따라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파월은 그러나 "연착륙, 또는 그 비슷한 연착륙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6월부터 자산 매각 개시
연준은 2020년 3월 팬데믹 봉쇄에 따른 경제충격 완화를 위해 사들였던 미 국채와 주택유동화증권(MBS)을 6월부터 매각한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2년전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돈을 풀었던 것과 정반대로 이번에는 매각으로 시장에 넘쳐나는 돈을 흡수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로 했다.
6월 1일부터 국채 300억달러, MBS 175억달러어치를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을 시작한 석달 뒤에는 매도 한도가 확대돼 국채는 월 600억달러어치, MBS는 350억달러어치를 매각한다.
■ 탄탄한 경제
연준은 FOMC 뒤 성명에서 미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빅스텝의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FOMC는 미 경제활동이 1·4분기 '소폭 하강'했지만 "가계지출과 기업 고정투자는 여전히 탄탄했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와 미래 성장의 발판이 될 고정투자가 탄탄해 경제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지금 정책 목표는 물가를 잡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중국 봉쇄
연준은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중국의 일부 도시 봉쇄가 인플레이션을 더 압박할 것으로 우려했다.
성명은 "이와함께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가 공급망 차질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FOMC는 이같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연준이 이날 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미 국채 수익률은 다시 3%를 넘어섰다.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은 전일비 0.045%p 뛴 3.003%를 기록했다.
■ 주식시장 폭등
파월 의장이 0.75%p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식시장은 큰 폭의 반등세로 돌아섰다.
2.6% 안팎의 폭등세다.
나스닥지수는 2.7%, 다우지수와 S&0500지수는 각각 2.5%, 2.6%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3% 급락해 25.42로 떨어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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