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지만 "의혹들 모두 근거가 없고 도덕적으로 떳떳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자진사퇴 가능성은 높지 않은 반면 국민의힘에서 자진사퇴의 목소리,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는 '임명 강행'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6일 정후보는 청문회를 마친 후 뚜렷한 일정 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매일 출근하던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사무실은 국회 청문회 준비를 위해 마련한 곳이라 치워졌고, 본인 전화는 받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준비단은 지난 4일 정후보자 일정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 후보자는 그간 인사청문회 때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청문회를 치른 후에도 사퇴 압력은 여전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빠 친구가 아빠의 자식들을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채로 심사를 봤다. 면접을 봤다는 건데, 이게 이해충돌"이라며 "이런 이해충돌 상황을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호영 이분도 자진사퇴해야 된다"면서 "저희는 조국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 그게 정권교체를 해주신 국민들에 대한 국민의힘의 도리"라고 말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전날 사퇴한 김인철 교육부총리 후보자보다 죄질이 나쁜 정호영 후보는 아직도 버티고 있다며 "까도까도 의혹이 나오는 후보는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까지도 부적격 인사 추천이었음을 시인했다.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인데 정호영 후보자 해임 건의나 지명 철회 압박을 받으면서 한 후보자는 "상황을 판단해보겠다"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그 결과와 종합적 상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말해 후보자를 선정하는 분들이 검증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검증이 덜 되었음을 에둘러 시인했다.
게다가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후라 정 후보자에게는 향하는 사퇴 압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절대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기에 원한다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이에 한 후보자의 인준을 무기로 정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공세에 나서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당내 의견까지 사퇴 쪽으로 기우는데 정 후보자 본인은 사퇴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의 거취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결단에 달리게 된다. 그런데 사퇴나 지명 철회 쪽으로 기우는 듯하던 풍향은 6일 다시 임명 가능 쪽으로 변하며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지난 5일 한덕수 후보자와 통화하고 신뢰를 재확인했으며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낙마 공세가 이어지면 도리어 정호영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강수를 윤 당선인이 쓸 수 있다는 말이 전해진 것이다.
여야의 대립이 더 이어지고, 정 후보자 등이 임명된 대신 한덕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아빠 찬스'로 시작된 정국 갈등은 더욱 크게 소용돌이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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