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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풀어도 어림없어"… 청년·무주택자 내집마련 포기할 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8 18:12

수정 2022.05.08 18:12

연봉 4천만원 청년 LTV 80%시
실제 대출은 최대 2억5000만원
실거주용 7억대 아파트 매입 못해
인수위 대출규제 완화 발표에도
청년·무주택자들 "표퓰리즘 정책"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대출규제 완화에도 높은 집값에 저소득 무주택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가운데 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대방대림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소에 붙은 매물안내표를 지나가는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대출규제 완화에도 높은 집값에 저소득 무주택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가운데 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대방대림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소에 붙은 매물안내표를 지나가는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 30대 무주택자 직장인 A씨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대출규제 완화 발표에도 한숨만 나온다. 인수위가 생애최초 무주택자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확대해주는 대출 완화방안을 내놨지만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연봉 4000만원인 A씨는 LTV 80%를 적용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제한때문에 실제 대출은 최대 2억5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A씨가 구매하려는 노원구의 전용 59㎡ 평균 아파트값이 7억원대에 육박해 실거주 매입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인수위의 대출규제 완화 발표에도 무주택자들은 '표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청년 등 생애최초 무주택자들에게 대출규제를 풀어줘도 지난 5년간 급등한 집값에 고금리 시대까지 겹쳐 실거주 매입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8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인수위는 차기 정부의 부동산 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로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LTV 80% 완화, DSR 계산 시 미래소득 반영 등 대출규제 완화를 확정했지만 무주택자들은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주택자 대출규제 완화는 거래절벽이 길어진 부동산 시장의 해법으로 지목됐지만 소득이 낮은 무주택 2030세대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많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50~54세 직장인 상위25%의 연봉은 7444만원이다. 반면, 사회초년생인 25~29세 직장인의 연봉은 3932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 소득이면 LTV 80%를 적용하더라도 DSR 40% 제한때문에 2억5000만원(만기 30년, 금리 5% 적용시)이 최대 대출 가능액이다. 반면, 인수위 발표대로 청년세대의 미래 연봉 상승을 반영해 연소득을 7500만원으로 인정받으면 DSR 적용시에도 4억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미래소득 반영시 2억원의 추가 대출이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무주택 청년층이나 저소득 가구는 새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가 실현되더라도 주택 구입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대출 가능액이 늘어나도 소득 대비 상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거주중인 30대 박모씨는 "설사, 5억원을 대출받더라도 은행에 매월 300만원에 가까운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300만원 월급으로 생활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금리 인상도 예고돼 당분간 주택매수 생각은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무주택자들은 대출규제가 완화되도 집값 상승폭이 워낙 커 외곽지역 매수조차 포기해야 할 처지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14개구 아파트 매매 중위값은 9억2718만원으로 3억원 대출시 취등록세 등을 포함해 7억원 수준의 자금을 자체 조달해야 할 실정이다. 경기와 인천지역 아파트 매매 중위값도 7억7810만원에 달한다.

서울세서 월세로 사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월세가 부담되지만 현재 주택 가격은 감당이 안돼 방법이 없다"며 "근처 아파트 갭투자(전세를 낀 매수) 비용만 3억7000만원이던데 대출 늘어봤자 실거주는 불가능하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차라리 윤석열 당선인의 원가주택 공약을 기대하는 중"이라고 푸념했다.

대출규제 완화로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부득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주택을 매수하겠다는 세입자들도 나오고 있다.
30대 가장인 이모씨는 "전세로 살아보니 집주인이 전셋값을 몇 억원씩 올려달라 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아니다"며 "대출이 풀려서 집값이 또 오르면 평생 자가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어쩔수 없이 집 구매를 서두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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