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원조 월드스타' 강수연 배우가 7일 불과 55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뜬 가운데, 영화계 인사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추억하며 애도하고 명복을 빌었다.
먼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 한국영화를 해외에 소개·번역해온 영화평론가이자 번역가인 달시 파켓이 8일 자신의 SNS에 배우 강수연의 별세를 애도했다.
그는 강수연 출연작의 스틸 이미지를 올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배우 강수연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본 영화가 강수연의 출연작이었다며 “수업시간에 그녀의 영화를 가르치고, 그녀의 영화 몇 편의 자막을 수정하고” 또 수십차례 그녀를 만났는데, 무엇보다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여배우 강수연과 전도연의 오픈토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은 1987년 ‘씨받이’(감독 임권택)가 처음이었다. 강수연은 당시 제44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들어올렸다. 이는 한국영화 68년 역사상 처음이었고, 이 영화제에서 아시아 여배우가 주연상을 받은 것도 강수연이 처음이었다. 강수연은 2년뒤인 1989년엔 임권택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강수연 이후 거의 20년 뒤인 2007년이었다. 바로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파켓은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서 무대도 못보고 대신 (두 여배우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감상했다”며 “한국 현대 영화의 두 타이탄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경외감과 존경은 절대 잊지 못할 일”이라고 썼다.
또 "어린 나이에 스타가 돼 대중의 눈 앞에서 오래 살아온 강수연에게는 (공개석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용감함과 정신이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강수연은 4살에 길거리 캐스팅 돼 TBC 전속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강수연과 전도연은 2007년 10월 6일 오후 6시 해운대 피프 광장 앞 오픈 토크행사에서 1500여명의 영화팬들과 한시간 여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강수연은 ‘많은 일을 이뤘는데 앞으로 목표가 더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 세상 어느 직업보다도 치열하고 힘든 것이 연기인 것 같다. 연기를 잘하는 것은 평생의 목표다”라고 답했다.
또 한 무명의 신인배우가 ‘신인시절 어떻게 견뎌내는지’를 묻자 강수연은 “배우가 되는 건 굉장히 힘들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도 나중에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또 '영화란 무엇인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강수연은 “영화를 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이기도 하다. 영화는 꿈이다. 그것이 좋은 꿈일 수도 있고 나쁜 꿈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영화잡지 '키노' 출신의 영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강수연 배우가 표지를 장식한 키노 창간호 이미지를 게재했다.
곽대표는 자신의 SNS에 "우리들과 나의 영화 인생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함께 하며 늘 힘을 주셨던...반짝반짝 아름다웠던 선배님.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에서 영원히 자유롭고 편안하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애도했다.
홍수경 영화 칼럼니스트도 같은 표지를 자신의 SNS에 올린 뒤 "강수연 이름을 듣는 순간 바로 떠올렸던, 이 강렬한 창간호 표지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는다"고 썼다.
이어 "여자 배우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이 넘쳤던 시대에 그 편견을 깨는데 앞장섰던 배우. 강수연은 실로 다양한 영화를 넘나들었고, 어렸을 때부터 그의 이름이 호명된 여러 해외영화제 이름도 익히며 자랐다"고 추억했다.
"강수연 배우 덕분에 우리는 부모 세대와 다르게 배우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존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일찍 떠나셨다"며 거듭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도 '키노' 표지를 올린 뒤 "한국영화계의 작은 거인. 불멸의 배우, 강수연님의 명복을 빕니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수 없습니다"라며 애도했다.
육상효 감독 역시 "한 시대의 아이돌이자 동시에 가장 헌신적으로 역할에 몰입했던 연기파 배우"라고 강수연 배우를 떠올린 뒤 "이제 우주의 별이 되었다. 거기서도 영원히 빛나길 바랄게요"라며 애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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