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70~80여년 전만 해도 경남 통영은 부산, 여수, 거제 등지를 오가는 뱃길의 중심지로 유명했다. 여객터미널에는 항상 많은 인파들로 북적였다.
마을 할머니들은 이들을 상대로 삶은 감자나 꿀빵, 김밥 등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간편한 음식들을 팔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겨났다. 햇볕이 유난히 따가운 통영부두에서 팔았던 김밥이 금새 상해버렸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할머니들이 팔았던 김밥은 시금치, 단무지 등이 들어간 보통 김밥이었기 때문에 금방 상하기 일쑤였다. 매번 상한 김밥을 보면서 속생해하던 한 김밥장수 할머니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김밥과 속재료를 분리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었다. 이와함께 한입에 들어갈 만큼 작게 맨밥 만으로 김밥을 말아서 기다란 대꼬챙이에 쭈꾸미무침, 무김치 등을 함께 꽃아 팔았다.
이처럼 따뜻한 밥과 속재료를 분리하니 쭈꾸미무침이나 무김치가 쉽게 상하지 않았고 짭짤하고 매콤한 속재료가 밥 이외에 아무 것도 넣지 않은 김밥과 매우 잘 어울렸다. 특히 배를 타고 가는 동안 한손에 들고 뽑아먹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그러자 김밥을 팔던 다른 할머니들도 하나 둘씩 김밥과 속재료를 분리해서 팔기 시작하면서 충무김밥이 시작됐다. 이후 1980년대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던 대규모 문화행사였던 ‘국풍81’에 출품돼 인기를 끌면서 충무김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충무김밥의 고향으로 전해진 향남동에는 김밥가게가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수십개의 충무김밥 전문점이 들어서면서 충무 김밥거리를 이루고 있다.
충무김밥과 함께 1960년대부터 사랑받아온 통영의 명물인 오미사 꿀빵도 통영을 방문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팥소를 넣은 도넛에 시럽을 묻히고 깨를 뿌려서 만든 빵이다.
당시 오미사 세탁소 옆에서 간판도 없이 팔았던 꿀빵이 원조다. 당시 통영여고 학생들 사이에서 오미사 과자로 불리기도 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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