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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통령의 무게 이해되는 장소"…청와대 관람객 가장 몰린 곳은?

뉴스1

입력 2022.05.11 16:10

수정 2022.05.11 16:18

청와대 개방 행사 이틀째인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관람객들이 오가고 있다. 2022.5.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청와대 개방 행사 이틀째인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관람객들이 오가고 있다. 2022.5.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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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경내 녹지원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김진 기자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경내 녹지원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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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구진욱 기자 = "대통령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자리예요. 그 말에 부합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경내를 찾은 장영창씨(68)가 대통령 관저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 안산에서 아내와 관람을 온 장씨는 "세금이 많이 들었겠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막상 와 보니 국정을 돌봐야 하는 무게를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개방 이틀째인 이날 오전 11시쯤 청와대 정문을 들어서자 얕은 오르막길 너머로 본관 청기와와 북악산의 녹음이 펼쳐졌다. 연신 "좋다"고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람객들은 바닥에 그려진 안내표지판과 현장 배포된 지도를 보며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흩어졌다.

◇'심장부' 본관부터 사적공간 관저까지…"도보 약 1시간 내외"


정문에서 보이는 본관은 청와대의 중심이자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실이 있었던 공간이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인 만큼 본관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 앞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본관 앞 잔디가 넓게 깔린 대정원에서는 풍물패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주변 나무그늘에는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미리 준비한 음료 등으로 목을 축이며 공연을 즐겼다.

본관을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영빈관은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빈 방문시 공식 행사나 100명 이상 대규모 회의가 열렸던 건물이다. 영빈관 뒤편 칠궁은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 7명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1966년 사적으로 지정된 장소다.

본관에서 동쪽으로 약 5분쯤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대통령 관저에도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쏠렸다. 본관과 마찬가지로 청기와 지붕인 관저는 대통령과 가족들의 사적 공간인 본채와 행사 공간인 별채, 마당으로 구성됐다.

경기도에서 어머니와 관람을 온 50대 A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제로 둘러보니 구중궁궐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며 "74년 동안 이런 곳을 국민들은 몰랐다니 그 세월이 아쉽다"고 말했다.

관저 아래편에 자리한 녹지원에서도 이날 오전 공연이 진행됐다. 녹지원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120여종 나무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있다. 중앙에 있는 반송은 수령이 300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와 녹지원 사이에서는 1900년대 초 지어진 전통가옥 침류각과 국내외 귀빈들의 비공식회의 등을 진행했던 상춘재를 볼 수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헬기장이었던 넓은 잔디밭을 거쳐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프레스센터였던 춘추관을 볼 수 있다.

헬기장은 2~3인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텐트를 설치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신했고, 춘추관에서는 관람객들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고 있었다.

문화재청에서 추천하는 경로는 정문과 영빈문, 춘추문에서 출발하는 3가지로 각각 50~60분가량 소요된다. 코스와 상관없이 경내 산책로를 둘러볼 경우 도보로 약 1시간30분이 걸린다.

◇"새롭고 좋다"…"건물 내부 궁금" 아쉬움도

관람객들은 대체로 청와대 경내 개방에 긍정적이었다. 특히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역사 및 문화공간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놨다.

인천에서 온 이주석씨(84)는 "젊었을 때 했던 사물놀이 공연을 청와대에서 다시 보게되니 좋다"며 "마음이 새롭고 너무 좋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원아 40여명과 관람을 온 어린이집 교사 B씨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이 살던 곳에 가자'고 했다"며 "아이들이 신나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 비공개 방침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관저나 영빈관 앞에서는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느냐고 묻는 관람객이 많았다. 경남 통영에서 온 70대 이씨는 "대통령 자는 곳이 궁금한데 건물 안에는 안 보여주더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관람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총 6회에 걸쳐 이뤄진다. 각 회차마다 2시간씩, 약 6500명씩 관람을 하게 되며 일일 예약자는 3만9000여명에 달한다.

◇'54년 만에 개방' 북악산 남측 등산로…오전에만 1200명 올라

북악산 남측 등산로도 54년 만에 새롭게 개방된 곳이다. 칠궁 뒷길, 춘추관 뒷길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백악정까지 각각 20분, 30분가량 걸린다. 이번 추가 개방으로 한양도성 성곽길까지 북악산 등산로가 완전 개방됐다.

이날 오전 11시쯤 칠궁 뒷길은 새로운 등산로를 즐기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이 때까지 등산로를 찾은 시민들은 약 1200명이다.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산로 초입에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군 부대시설이 남아있었다.

등산길에 오른 50대 김모씨는 "인왕산, 북악산 같은 등산길 산책을 좋아한다"며 "이 곳은 처음이니깐 정말 신기하고 좋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임두씨(69)도 "윤석열 대통령이 했든 그 누가 됐든 청와대를 비롯한 도심 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하면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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