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제왕' 파이프 오르간을 제압했다. 두 손은 층층이 쌓인 네 개의 건반을 오르내리고, 두 발은 발밑에 펼쳐진 건반을 좌우로 쉴새없이 오가며 장엄함과 담백함을 끝없이 변주했다. 롯데콘서트홀 상징인 5000여개의 거대한 파이프와 연결돼 웅장하고 다채롭게 오르간 소리를 찬미했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데이비드 티터링톤의 오르간 리사이틀은 그야말로 '사랑의 인사'였다.
연주는 영국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에드워드 엘가로 출발했다. '사랑의 인사'로 대중에게도 알려진 엘가는 부친이 피아노 조율사이자 가톨릭교회의 오르가니스트였다. 티터링톤은 소리의 높낮이와 강약 조절이 돋보인 이 악장을 장대한 시작과 끝으로 관현악적 느낌으로 선보였다.
트럼펫 같은 소리로 기상한 곡은 행진하듯, 춤추듯 힘차게 시작했다. 이어 부드럽고 느린 분위기로 전환되고, 목관악기 같이 밝고 경쾌한 음색도 펼쳐냈다. 두손, 두발은 건반을 넘나들며 다양한 멜로디를 그려냈고 오르간의 위용을 뽐냈다. 19세기 낭만시대 영국 오르간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멘델스존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사도 바울' 서곡도 묵직한 소리를 들려줬다.
고전 음악과 또다른 독특한 색채를 보인 현대 음악은 오르간의 이색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레이톤의 '찬가'는 영화음악처럼 긴박하면서 활기찬 음색을 선보였다. 오르간을 위한 물에 대한 작품을 쓰려 했다는 와이어의 '에트릭 뱅크스'는 때로는 물방울이 튀듯, 때로는 폭포가 쏟아지듯 신비롭고 자유로웠다.
이번 무대는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 시리즈'로,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재개됐다. 티터링톤도 지난 2020년 내한 공연을 예정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돼 이번에 다시 성사됐다. 11월에는 프랑스 오르가니스트 미셸 부바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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