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임기를 11개월여 남겨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자국 내 경기 둔화를 계기로 후임 총리 인선에 입김을 미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녈(WSJ)은 11일(현지시각)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리 총리가 최근 세계 경제 악화 속에서 자국의 경기 침체를 유발시킨 일부 조치를 완화하도록 중국 내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WSJ은 이를 통해 자신이 내년 3월 양회에서 물러난 뒤에도 시 주석에 맞서 ‘균형 추 역할’을 할 후임 총리를 선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내다봤다. 태자당인 시 주석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인 리 총리는 당내 다른 파벌에 속한다.
중국 경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리 총리는 이 과정에서 시 주석과 차별화되는 경제 정책으로 적절하게 견제해왔다고 WSJ은 평가했다.
예컨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와 부동산 업계 규제 완화나 봉쇄 후 기업의 조업 재개에 리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후임 총리 인선은 오는 7월 말로 예정된 베이다이허 비공식 회의가 끝난 한 달 후에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후임은 왕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후춘화(부총리), 리창(상하이 당서기), 천민얼(충칭시 당서기)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리 총리 지지 기반인 공청단 출신은 왕양 정협 주석과 후 부총리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민신 페이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맥키나대학 교수는 “올 가을 중요 당 행사를 앞두고 시 주석의 지도력에 대한 좌절감이 쌓이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충성파들로 주변을 둘러쌓을 수 있을지,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여지를 남겨둘지는 불투명 하다”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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