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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들... 소소한 행복을 주는 원동력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나를 위해 시작한 비건생활... 혼자 힘들면 같이도 좋은 것들
호호호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들... 소소한 행복을 주는 원동력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나를 위해 시작한 비건생활... 혼자 힘들면 같이도 좋은 것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아닥친 지난 몇 년간 여느 때의 삶과 다름없이 다양한 일과 경험들로 매일이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주쳤던 사람들의 얼굴은 희미하다. 상대방의 인상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사실은 불확실하다. 얼굴을 제대로 보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추억이라 할 만한 상황 속에는 늘 사람이 있다. 여행의 추억에는 친절을 베풀어준 낯선 사람, 혹은 여행길을 같이 떠났던 친구나 가족이 있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서 잊지 못할 기억이 된 순간에는 일도 기쁨도 함께 나눴던 동료나 선후배가 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와 그곳에서 하던 놀이가 마치 흑백영화처럼 아련하게 추억으로 남은 순간에는 온 동네의 형제, 자매들이 있고, 놀던 아이들을 집으로 부르는 우리집과 앞집, 이웃집 어른들이 있다.
영화 '우리들', '우리집'으로 어린이의 세계를 꼼꼼하고도 세심하게 표현해냈던 감독 윤가은은 자신을 웃게 했던 순간과 감정을 '호호호'(마음산책 펴냄)에 풀어냈다. 아주 어렸을 때 동네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고 죄책감에 시달렸던 날, 울고 있는 어린 저자에게 모르는 언니들이 다가와 토끼풀꽃으로 만든 반지를 끼워준 날 등 여느 어른들의 빛바랜 어린 날처럼 몽글거리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어른이 되어 여러 기회로 만나게 된 아이들은 용감하고 꾸밈없이 정직한 말들로 저자의 가슴을 깊이 울렸다.
추억의 장면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그들이 보여준 마음은 저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문방구 주인 아저씨, 반지를 만들어준 이름 모를 언니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마트에 가지 못하는 것을 세상이 무너질 듯 아쉬워하는 아이들.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은 소소한 행복으로 자리잡아 삶의 원동력이 된다.
다세대 주택 위아래 층에서 이웃으로 사는 배우 손수현과 뮤지션 신승은은 얼굴을 마주하고 공통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하며 자주 밥을 먹는다. 같은 연령대인 두 사람은 여성이라는 성별과 프리랜서라는 직업적 특성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같이 식사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에게 내민 손을 맞잡고 둘은 비건의 길로 나아갔다. 그렇게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열린책들 펴냄)를 함께 써냈다.
두 사람은 단순히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먹는 문제는 자신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와 직결된다. 손수현과 신승은은 함께하는 비건 생활을 통해 그들을 둘러싼 모든 세계가 뒤바뀌었음을 느낀다. 채식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채식을 하면서 닭과 같은 조류의 고기는 먹는 단계, 어패류는 먹는 단계, 달걀이나 꿀, 우유는 먹는 단계, 유제품은 먹는 단계, 그리고 동물에게서 나온, 동물 실험을 거친 모든 음식을 먹지 않고 채식만 하는 최상위 단계. 그들은 최상위 단계인 '비건'을 지향한다. 도전하기 쉽지 않은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서로가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이들은 독자에게 손을 건넨다. 어렵지 않은 비건 음식을 소개하고, 삶의 고민을, 더불어 살아 숨 쉬는 존재들과 연대하며 함께 살아가는 일을 나누면서 말이다.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과정에는 여러 삶이 공존한다. 가족, 직장동료, 친구, 반려동물 등. 전에 없던 상황으로 조금은 낯선 몇 해를 보냈지만, 그 와중에도 곁에서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하고 기쁨, 슬픔을 함께해준 존재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추억 한 켠을 따뜻하게 채워준 존재를 떠올려보자. 각자 겪어내는 오늘, 혼자가 힘들다면 같이 해도 좋을 5월이다.
한미리 밀리의서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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