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학당 노인학생들 "선생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대구=뉴시스]고여정 기자 = "선생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문해학당 노인들이 첫 스승의날을 맞았다. 한평생 글로 마음을 전해본 적 없던 노인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편지에 감사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1시께 대구시 남구.
남구 문해학당에서는 약 20여 명의 학생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대부분은 노인이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노인들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가사를 한 자 한 자 읽고 있었다.
간혹 모르는 글자가 있으면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보며 읽어보기도 했다. 노인들은 몇 개월 동안 배운 한글을 통해 처음으로 스승의 은혜 가사 뜻을 곱씹어 보았다.
노인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종이로 카네이션을 접기도 했다.
한글을 가르쳐준 스승에게 주기 위함이다.
종이를 건네받은 노인들은 반짝반짝한 색종이도 처음 만져 본 것 마냥 신기해했다.
노인들은 반짝거리는 분홍색 색종이를 보며 연신 '세상이 참 좋다. 종이가 너무 이쁘다. 이런 종이는 처음본다'고 말했다.
이모(76·여)씨는 "이런 걸 준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만져보지도 못한 종이로 이렇게 카네이션을 만드니 신기하고 즐겁다"고 웃어 보였다.
카네이션을 만드니 진짜 스승의날 기분이 난다는 노인들도 있었다. 첫 스승의 날을 준비하는 노인들은 행사 준비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최모(52)씨는 "재밌다"며 "기분도 좋고 이런 걸 처음 해보는 데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모(73·여)씨는 "스승의 날을 처음 준비해보는 데 너무 기쁘다"며 "내가 살면서 이런 적이 있나 싶다. 진짜 행복하다"고 전했다.
카네이션을 다 만든 노인들은 종이와 연필을 꺼내 편지를 적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를 어떻게 적는지 공책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한 노인은 연신 공책을 들여다보며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를 적었다.
삐뚤빼뚤하고 아직은 서투른 한글이지만 지웠다 썼다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적은 그 편지에는 노인의 마음이 가득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아직은 다 못 쓰는 게 서글픈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모(76·여)씨는 "편지를 처음 써보는 거라 너무 떨린다"며 "편지를 쓸 생각에 어제 잠을 설쳤다. 이렇게 내가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모(81·여)씨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내가 쓸 수 있는 글자가 몇 개 없어 아쉽다"며 "빨리 더 배워서 내가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것들 다 쓸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교사가 들어오자 노인들은 준비한 카네이션과 편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다 같이 '스승의 은혜'를 불렀다. 서투르고 느린 '스승의 은혜'지만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불렀다.
교사 고모(61)씨는 "스승의날을 30년째 맞지만 오늘이 제일 좋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고모씨는 "학생들이 일상 생활하면서 간판조차 읽을 줄 모르셨는데 이제 자신감 있게 간판도 읽으시고 은행 가서 돈도 잘 찾으신다"며 "열심히 배우시려고 하는 것만 해도 정말 고마운데 스승의날이라고 이렇게 준비해주시니 너무 감사하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자원봉사자들도 놀라게 했다.
임모(49·여)씨는 "종이접기 봉사를 하러 왔는데 멋진 작품을 만들려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너무 대단한 것 같다"며 "문해학당이라고 해서 몇분 안 계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노인이 있어서 놀랐고 열심히 배우려고 하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한편 남구 문해학당은 지역 내 저학력, 비문해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 생활능력 향상을 위해 수준별, 단계별 맞춤 교육을 하고 있다.
기존 학습자들의 요청에 따라 문해학당 전체 교육시간을 대폭 확대해 운영되는 2022년 문해학당은 12월2일까지 매주 월,수,금 주 3회 일정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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