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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디지털자산기본법 조속한 제정을 바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5 18:49

수정 2022.05.15 18:49

암호화폐 대혼란기 진입
대선공약 미룰 이유 없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각종 가상자산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각종 가상자산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불안이 배경이다.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속속 인상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달러와 같은 레거시 통화의 금리, 곧 돈값이 오르자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암호화폐 대신 달러로 갈아타고 있다.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가 '죽음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도 가상자산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코인' 개미투자자의 디지털자산 안심투자 환경 및 보호장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기본법 제정, 국내 코인발행(ICO) 허용 등을 말했다. 최근 시장불안은 기본법 제정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르다. 2018년 1월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시장을 경악에 몰아넣었다. 2021년 4월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답변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정부의 속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선을 거치면서 가상자산 정책이 큰 변화를 겪었다. 윤 후보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청년 표심을 겨냥했지만 길게 보면 올바른 방향 전환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1년도 하반기 기준 가상자산 실거래 이용자 수는 558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0·40세대가 60%를 차지한다. 국내 자산시장 규모는 55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시장을 제도권 밖에 두고 외면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는 암호화폐가 불법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되는 걸 막는 데 중점을 뒀다. 작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을 바꿔 가상자산거래소 등록을 의무화했고, 작년 9월 등록이 마감됐다. 하지만 이 정도론 투자자 보호에 역부족이다. 루나 사태가 터졌지만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업체에 검사 또는 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가상자산은 감독 영역에서 벗어난 비제도권이기 때문이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미 국회엔 가상자산 업권법안, 이용자 보호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법안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가상자산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을 냈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의원입법을 적절히 조율하기 바란다.
규제 중에는 종종 좋은 규제가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좋은 규제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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