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삼성전자가 애플 텃밭인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10년 만에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시리즈(일반·플러스·울트라) 사전 판매 호조와 오는 8월 발표될 갤럭시Z플립4에 힘입어 일본 내 입지가 커질 전망이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갤럭시 스마트폰은 올해 1분기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13.5%로 1위 애플(56.8%)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p) 오른 수치다.
올1~3월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분기 14.1%를 찍은 후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고 수준이다.
갤럭시의 선전에 샤프(9.2%)는 2위에서 3위로 내려왔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4.3%p다.
갤럭시는 판매 대수에서도 샤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100만대가 팔렸지만, 샤프 기기는 70만대에 불과했다. 눈여겨볼 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출하량이 증가한 유일한 제조사라는 것이다. 1위 애플의 판매량은 520만대에서 420만대로 줄었다. 샤프의 출하량은 직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1위 스마트폰 브랜드이지만 일본에서는 반한 감정탓에 기세를 펴지 못했다. 또 지난 2001년 출시된 애플 휴대용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두꺼운 마니아층이 자연스레 2007년 아이폰 수요로 이어졌고, 애플의 선점효과를 후발주자인 갤럭시가 깨긴 어려웠다. 과거 현지 이동통신사가 갤럭시보다 아이폰 단말기 지원금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현지 입김이 약한 탓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일본 갤럭시 스마트폰에 '삼성'을 지우고 '갤럭시' 로고를 넣었다. 갤럭시S22 시리즈도 전작에 이어 기본과 울트라 모델 2종만 출시됐다.
이번 실적에는 갤럭시S22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출시됐지만, 일본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판매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2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출시된 Δ갤럭시S21 시리즈 Δ갤럭시Z플립3 Δ갤럭시A52의 호조세 덕분이다. 갤럭시 브랜드의 입김이 강화됐고 현지 이동통신사와의 프로모션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2019년 일본 도쿄에 문을 연 '갤럭시 하라주쿠' 등 오프라인 채널의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이 매장은 총 지상 7층~지하 1층 규모로 전세계 갤럭시 쇼케이스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지난 3월에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들을 위한 전시관을 만들고 이달부터 일부 고객에게 BTS 포스터를 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일본 이동통신사인 KDDI가 3월 3세대(3G)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로 수요가 몰린 것도 점유율 개선의 주요 요인이다.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 스마트폰보다는 플래그십 폰에 준하는 성능과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보급형 기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NTT 도코모 온라인몰 스마트폰 판매량에 따르면 '갤럭시A52 5G'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BTS 같은 유명 한류 스타들과의 협업도 한몫했고, 일본 내 경기 악화와 3G 서비스 종료가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가성비 폰 갤럭시A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잇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오는 2분기에 갤럭시S22 시리즈 실적까지 포함되면 일본 내 점유율이 더욱 오를 것으로 본다.
실제로 갤럭시S22 시리즈의 일본 사전 판매량은 전작보다 50% 증가했다. 요술봉이라 불리는 'S펜'이 탑재된 갤럭시S22 울트라에 대한 선호도가 사전 흥행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또 삼성전자가 오는 8월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갤럭시Z플립4에 대한 수요도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지난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선정한 '최우수 제품 서비스상'을 받은 바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