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전국 주택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며 침체됐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구 부동산에선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고, 조정대상지역도 풀리지 않으며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2.05% 하락했다. 집값은 지난해 11월 넷째주부터 계속해서 내림세다.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누적 변동률도 -2.16%다. 전국에서 하락 폭이 두번째로 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셋값과 매매가격 모두 5~6%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 2020년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뒤에도 쉬이 식지 않았던 대구 부동산 시장 열기가 최근 들어 크게 바뀌었다.
최근 실거래를 통해서도 하락세가 여실히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성협성휴포레 전용면적 84.96㎡(3층)는 이달 13일 4억96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2020년 12월·7억1500만원) 대비 2억원 이상 떨어진 값이다.
대구 지역 부촌으로 꼽히는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e편한세상범어 전용 84.79㎡(24층)는 지난달 7억원에 거래됐다. 4월 11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3월 기록했던 신고가(10억3000만원) 대비 3억원가량 하락했다. 이외에도 수천만원에서 억대 하락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수성구 수성동1가 수성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84.96㎡는 지난해 9월 전세보증금이 6억원에 달했지만, 이달에는 4억3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신규 아파트 공급량부터 이어진 미분양 사태,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인한 투자 걸림돌과 같은 여러 요인이 겹쳐 구매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올해 입주물량은 2만840가구로, 그 중 33%인 6943가구가 3분기에 몰려있다. 지난해 1만7204가구였던 입주물량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는 3만4345가구로 더 증가한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에 더불어 이미 분양된 물량에서도 미계약이 이어지자 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 물량은 3월 기준 6572건으로 전월 동기(153건)와 비교하면 40배 이상 늘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물량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겠으나, 현 시장 분위기상 문제점은 미분양이 가장 크다"며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물량에 따라 시장에서는 분양가 수준 이하의 가격대가 형성되고, 소진되기 전까지 가격이 그 이상으로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이 여전히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데 따른 부담도 부동산 시장 경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 관련 규제와 분양권 전매제한, 세금 중과세, 대출 한계와 같은 제약이 생긴다. 이에 대구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정부에 거듭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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