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코로나19 준봉쇄 상태인 중국 베이징에서 베이징대 학생 수백명이 기숙사와 사회를 격리하기 위해 세운 방역 울타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프랑스 국제방송사 RFI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엄격한 제로코로나 방역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고조됐고 베이징대와 같은 명문대에서 드물게 대규모 항의 시위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17일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대 학생 최소 300여명은 지난 15일 밤 베이징대 기숙사 건물 앞 도로와 기숙사 2층 베란다에 모여 학교 측의 방역 행정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학생 기숙사와 교직원 시설을 임시 울타리로 나눈 뒤 학생들 이동을 차단하며 배달도 막아놓고 교직원과 가족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봉쇄 제한 조치가 정상적인 생활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구호를 외쳤다.
첸바오젠 베이징대 중국공산당위원회 부서기 겸 부총장이 확성기를 통해 “방역이 중요하다. 기숙사로 돌아가라”고 요구했으나, 학생들은 야유로 대답했다고 AFP 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철판으로 된 임시 울타리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밤 11시께 각 학과가 기숙사에 없는 이들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점차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 측은 학생들이 대학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식료품 배달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한 네티즌은 “오늘 불타는 투쟁의 전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베이징대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동영상을 당국에 신고했으며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선 시위 관련 내용이 검열로 삭제됐다.
자유시보는 베이징 제2외국어대학에서도 지난 8일 울타리 문제로 교사와 학생들의 집단 항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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