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돌입한 북한이 지난 16일 항공편을 통해 중국에서 의약품을 대거 반입해간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3대가 전날 오전 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 도착한 뒤 의약품을 싣고 같은 날 오후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항공기에 실린 것은 모두 의약품이며, 중국 측 인원은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물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중국에서 실어 나른 물품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의약품과 방역물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방역 물자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중국과 북한은 위기 때 서로 돕는 훌륭한 전통이 있으며 방역은 전 인류가 당면한 공동 과제”라고 답했다.
북한은 이와 별도로 선양과 다롄 등 국경 인접 랴오닝성에서 북한 파견 기관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부터 대북 무역상들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의약품 목록에는 해열제 등 코로나 관련 의약품뿐 아니라 진통제, 소염제, 인슐린, 당뇨 치료제, 산소 마스크, 면봉, 체온계 등 일반 의약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파견 기관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대북 무역상들에게 의약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 12일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처음 공개하기 이전부터 북한 내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중국 내에서 해열제나 감기약 등을 구입하려면 병원의 처방을 받고 구매 기록도 등록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수준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북 무역상들이 수집한 의약품은 오는 25일 다롄항에서 북한 배에 선적해 남포로 보낼 예정으로 전해졌다.
앞서 1년 6개월 만인 지난 1월 16일 운행을 재개한 북중 화물열차를 통해 북한에 들어간 물자 가운데도 각종 의약품이 대거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열차는 현재 운행이 다시 중단된 상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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