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서미선 기자 =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여파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정부의 돈 풀기까지 겹치면서 '물가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3분기까지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는 안정세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녹록잖은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물가 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 진단이 적잖다.
19일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1년 전보다 1월 3.6%, 2월 3.7%, 3월 4.1%, 4월 4.8%로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성격을 가진 생산자물가의 상승세도 지속됐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는 116.46으로 2월 대비 1.3%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1년 전보다는 8.8% 상승해 16개월 연속 올랐다.
4월에도 생산자물가 추가 상승이 확인되면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자극하며 물가상승의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나온다.
이처럼 고물가의 그림자가 짙어지며 KDI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4.2%로,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대폭 올렸다. 경기회복과 국제유가 급등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 전망치(2.2%)와 올 2월 한국은행 전망치(3.1%), 4월 전망치를 수정한 국제통화기금(IMF)(4.0%)보다도 높다.
다만 KDI는 원유 도입단가가 올해 배럴당 105달러에서 내년 92달러 정도로 소폭 하락해 국제유가 안정으로 내년 물가상승률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상승률은 올해 2~3분기를 정점으로 4분기부터 하락하고, 내년 하반기엔 물가안정목표인 2%근방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통화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4%대에 들어설 수 있다는 데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높은 물가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내놨다. 물가 정점을 점치긴 이르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원자재 가격, 환율 상승을 고려할 때 올해 물가는 3%후반대, 4%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 역시 "기저효과가 있다고 해도 (4월 물가상승률이) 5%가까이 나왔다. 연간으로는 4%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자극 요인으로는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추경이 꼽혔다. 새 정부는 출범 사흘만에 올해 정부지출을 60조원 가까이 늘리는 역대 최대 규모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전지출 중심으로 편성해 물가 영향이 크진 않을 것"(추경호 부총리)이란 입장이나, KDI가 추산한 이번 추경의 물가상승 효과는 0.16%포인트(p)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이를 반영해보면 4.96%로 5%에 육박한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 사태와 함께 '빅스텝'(금리 0.5%p인상)을 예고한 미국의 긴축 속도도 변수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자본유출이나 환율, 물가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한국(1.5%)과 미국(연 0.75~1.00%)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0.5%p다.
김정식 교수는 "미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높이면 자본유출이 발생하고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으니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도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내년까지 당분간은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들썩이는 것도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 중 하나다. 4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p 오른 3.1%로 9년 만에 최고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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