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24일 대구의 낮 기온이 33도를 찍는 등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불볕더위가 본격 시작되자 쪽방촌 사람들은 "올여름을 어떻게 나야 하나" 걱정이다.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인근에 있는 한 주택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2.5평(8.2㎡) 남짓한 쪽방 10채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복도에는 햇볕과 바람이 통하지 않아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몇년 전 뇌경색을 앓아 겨우 기본적인 활동만 가능한 A씨(64) 집에 들어가 보니 90L 정도 용량의 냉장고와 TV에서 나오는 열기로 방이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러닝셔츠 차림의 A씨는 "냉장고, TV, 밥솥은 사는데 꼭 필요해 집 안에 두고 있지만 창문이 손바닥만큼 작아서 통풍이 안돼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에어컨을 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집주인이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다"며 "주인이 '더우면 인근 공원에 나가라'고 하지만 몸이 불편해 그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쪽방촌에서는 푹푹 찌는 여름 내내 선풍기 한대로 간신히 버티는 주민이 태반이다. 동네 인근에 폭염 대피소가 없어 무더위에 속수무책이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거주하는 주민 B씨(40대)는 "너무 더울 때는 복개도로 위에 있는 공원의 나무 아래로 잠시 피하곤 한다"며 "에어컨이 나오는 은행에 가려 해도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슬레이트 지붕이어서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질 않는다. 불이 날까봐 집주인이 선풍기를 오래 못 틀게 해 말싸움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촌 인근에 폭염대피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간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공간이 있더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마련해야 하는데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폭염일수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상당국의 발표에 따라 독거노인, 쪽방생활인, 노숙인 등에게 주거지에서 가까운 무더위쉼터 위치와 이용법을 안내하는 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18개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얼음 생수를 공급하고, 기초생활수급대상 가구에 냉방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냉방시설 이용이 어려운 독거노인, 거동불편자, 쪽방주민, 장애인 등 폭염취약계층은 대구에만 1만4000여가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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