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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아픔’ 겪고도… 입양체계 개편, 첫발도 못뗀 한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4 18:02

수정 2022.05.24 18:02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동중심 입양 캠페인 6월2일까지
"헤이그입양협약 비준 미뤄선 안돼"
프랑스 등선 정부가 입양업무 전담
입양절차 관리·감독 국가 책임으로
"한국의 입양은 주로 미혼모의 자녀들로 입양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부각돼 있다. 이는 국제적 규범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아동보호 체계를 국제기준으로 정비하고, 사회·문화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4월 개최한 '아동중심 입양 2차 포럼' 당시 국가 간 입양 국제전문가인 데이비드 스몰린 미국 샘포드대 로스쿨 교수가 한 발언이다. 그가 언급한 국제적 규범은 지난 2013년 5월 우리나라가 가입한 헤이그입양협약을 뜻한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법 개정 등이 준비되지 않아 비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동 수출국' 오명…아동중심 입양 가능해질까

24일 저출산고령위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위원회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대국민 참여 '아동중심 입양 캠페인'을 오는 6월2일까지 진행한다. 올해 100주년이 된 어린이날과 지난 11일 입양의날을 계기로 미뤄져 온 헤이그입양협약을 비준해 입양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국제기준에 맞는 아동중심 입양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는 캠페인이다.

국제 입양 절차에 관한 국제적인 표준을 마련하는 헤이그입양협약은 기본적으로 입양 절차 전반을 국가적인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 기관을 중앙 당국으로 지정하고, 그 기능을 권한 당국 또는 인가 단체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입양체계 공공화가 골자다. 결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등 공적기관에서 입양 과정을 책임져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입양업무를 전담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입양 업무에서는 입양 기관 운영 허가를 받은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국내 입양은 사회복지법인이 시·도지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후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양 9개월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민간 기관이 입양 절차를 도맡으면서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헤이그입양협약 비준을 위해서 우리나라는 입양 업무를 중앙 당국, 권한 당국, 인가 단체 간에 어떻게 분담해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민간 입양기관의 일부 반발이 예상되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폐기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세계 3위 해외입양 국가…"비준 미룰 수 없어"

최근에는 입양의 책임 소재를 입양기관의 장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바꾸고, 입양 절차 전반을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입양법과 입양특례법 등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입양 절차 전반을 주도하는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저출산고령위에서는 지난 4월 포럼에 이어 5월에 진행하는 캠페인까지 아동중심의 입양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수 있도록 공론화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실제로 중국, 인도를 제치고 세계 3위의 해외입양 국가다.
특히 한국은 해외입양의 95% 이상이 미혼모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위원회는 "친생부모가 스스로 아이를 지키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제적 수준의 아동보호체계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헤이그입양협약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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