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시원도 2만원 올려달라네요"…고물가에 자취생, 갈곳도 먹을것도 없다

뉴스1

입력 2022.05.25 06:02

수정 2022.05.25 06:02

.16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매를 비롯한 전·월세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6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매를 비롯한 전·월세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5일 서울 시내의 한 고시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1.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5일 서울 시내의 한 고시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1.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 2020.11.2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 2020.11.2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구진욱 기자 = "고시원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전셋값은 당연히 감당이 안 되고, 월세도 2배 이상 비싸네요. 계속 고시원 살아야 할 운명인가 봅니다"

"학식도 부담돼서 편의점에서 한끼 때우려고 왔는데 다 팔리고 재고가 많지 않네요"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생한 2차 생활물가 쇼크가 자취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을 옥죄고 있다. 이들은 몇년새 월세마저 오르자 고시원을 전전하며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끼니 마저 저렴하게 해결할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 고시원비도 오른다…전월세 너무 올라 '고시원 탈출 실패'

24일 오전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고시원 앞. 이 고시원에서 생활한다는 대학생 장모씨(25)는 고시원비 인상 때문에 근심이 크다고 했다. 장씨는 "고시원에서 2만원 인상을 요구해서 다른 데로 옮겨야 하나 알아보고 있다"며 "다른 물가도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2만원도 크게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자취생들의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고시원비도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사장들도 최근 급격하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견디기 힘든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동작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밥값, 라면값은 물론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다 올랐지만, 고시원비는 아직 올리지 못했다"면서 "하반기에 전기료, 난방비가 오른다고 하니 원생들에게 (인상) 얘기를 꺼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노량진 인근의 고시원비는 월 25만~50만원 수준으로 수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까지 부동산 매매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데 이어 최근엔 전세와 월세마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노량진에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취업준비생 A씨는 "고시원에서 살다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전셋집을 구하려고 시도했는데,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월세라도 살려고 했더니 고시원보다 2배 이상 비싸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고시원에 살아야 할 운명인가 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중형(95.86m²)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아파트 월세 지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고치인 101.8을 기록했다.

몇년새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데다가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마저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를 택하는 인구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행히 아직 대학가의 전·월세 시세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만난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최근 고시촌의 부동산 경기에 대해 하나같이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봉천동 소재 부동산중개업자 30대 B씨는 "코로나 이후 원룸 월세는 오르지 않았다"며 "신축 중에서 연식이 좋은 것만 10만원 정도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60대 이윤수씨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서는 거의 반토막이었다가 최근 회복한 게 20%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고시촌 인구가 대거 유출되자 이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너무 오른 식비…편의점·컵밥 등 가성비 찾아 삼만리

자취생들의 더 큰 고민은 멈출 줄 모르고 오르는 외식 물가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인 참가격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의 자장면 가격은 6146원으로 1년 새 14.1% 오르며 처음으로 6000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냉면값은 9.5% 오른 평균 1만192원으로 처음으로 1만원을 웃돌았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자취생 이영관씨(27)는 "나가서 먹어도 인당 1만원이 넘고, 배달을 시켜 먹자니 배달비가 아깝다"면서 "돈을 아끼려고 대형마트에 가서 계란 한판을 사서 한끼는 프라이, 한끼는 삶아서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식당 대신 편의점을 찾아 한끼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서울대입구역 인근 편의점에는 점심시간이 시작도 되기 전이었지만 매대에는 삼각김밥이 거의 다 팔리고 남아있지 않았다. 컵라면의 경우에도 인기 제품들은 이미 다 재고가 소진된 이후였다.

편의점에서 만난 서울대생 김태영씨(26)는 "학식도 7000~1만원이라 부담스러워서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우려고 왔다"며 "재고가 많지 않아 대충 아무거나 골랐다"고 털어놨다. 서울대는 지난달 학생식당 밥값을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1000원씩 올리며 학생들을 중심으로 부실 학식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노점 앞에 서서 간단하게 한끼를 때우는 컵밥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시촌식당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고시촌식당은 밥과 국을 기준으로 8~9개 반찬을 제공하며 가격은 5500~6000원(현금가 기준)으로 저렴하다.

노량진 고시생 B씨는 "생활비 걱정 때문에 가족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컵밥을 자주 먹는다"면서 "컵밥이 양이 많아 가성비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20대 박모씨(여)는 "컵밥 가격이 4500원으로 작년보다 올라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작 고시촌식당들은 코로나19 기간 고시촌 인구가 줄어든 데다가 원자재 인상까지 겹치며 울상을 짓는 모습이다.
고시촌 식당 주인 40대 이모씨(여)는 "한번 떠나간 고시생은 잘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풀렸지만, 예전만큼 장사가 되진 않는다"며 "식자재값이 평균 20% 올라서 생존을 위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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