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1기 신도시 재정비 기대감이 또 한 번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에서 약속했던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했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련 이슈가 다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4일 찾은 경기 고양시 소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수위 발언이 오락가락할 땐 '선거용으로 이용당한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요즘 지선에서 다시 1기 신도시가 주목받으며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1992~1996년 입주한 일산 신도시에선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문촌마을16단지·강선마을14단지는 지난 19일 고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고, 일산동 후곡마을 단지들은 최근 통합재건축을 위해 손을 잡으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이슈가 부각된 뒤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오름세다. 주엽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선 이후 늘어난 문의가 꾸준하다"며 "일산은 다른 1기 신도시와 달리 용적률이 200% 아래라 수요자들 관심이 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일산 신도시가 있는 고양시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2월 274건에서 3월 540건, 지난달 581건으로 대폭 늘었다. 일례로 문촌마을6단지 기산쌍용아파트는 지난 1~2월 거래가 3건에 불과했지만, 3~4월 18건으로 6배 증가했다.
가격도 오름세다. 올해 경기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은 -0.31%로 하락세지만, 고양시는 0.11%로 규제 완화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들고나오자,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쐐기를 박자는 분위기다.
최근 일산 재정비 추진 단지들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사업 추진 애로 사항을 전달했다. 한 참여 단지 관계자는 "(특별법 통과 전이라도) 교육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규제를 최대한 풀고, 관련 지원을 늘려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다른 신도시 주민들도 후보들을 찾아 사업 활성화 촉구에 나섰다. 부천시 중동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은 지난 18일 서영석 국민의힘 부천시장 후보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서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부와 정책 공조, 재건축·리모델링국 신설을 통한 사업 기간 단축 등을 약속했다.
군포시 산본동 가야주공5단지와 금정역 원도심 재개발 추진 지역 주민들도 전날 방문한 여당 관계자들에게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우려도 여전하다. 산본동의 한 정비사업 추진 단지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보지만, 실제 추진 단지들을 위한 지원 대책보다는 부작용이 클 수 있는 '용적률 500%'와 같은 선거용 구호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향후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가격이 요동치면 다시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1기 신도시 아파트 시가총액은 대선 직전인 2월 말과 비교해 두 달 사이 0.34% 오르며 같은 기간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 상승폭(0.20%)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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