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원숭이 두창’에 대해 코로나19만큼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코로나19처럼 대규모 백신 접종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불라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원숭이 두창을 언급했다. 그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만을 고려할 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불라는 "전 세계의 원숭이 두창 확산 상황을 볼 때 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공포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환자가 증가하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원숭이 두창은 코로나19와 달리 기존 치료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라는 덴마크 백신 제조업체인 바바리안 노드딕이 개발한 천연두 백신 '진네오스'가 원숭이 두창에 85%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프랑스와 덴마크가 백신 접종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일단 해당 백신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불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원숭이두창은 1958년 처음 발견됐다.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이 실험실 원숭이에서 발견됐으며 1970년 콩고에서 최초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 특히 콩고와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원숭이 두창에 걸리면 천연두와 마찬가지로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수포와 딱지가 피부에 생긴다. 통상 수 주 내에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잠복기는 5∼17일이고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원숭이 두창은 올해 서유럽에서 급격히 퍼졌으고 미국과 캐나다, 중동에서도 환자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19개국에서 237건의 원숭이 두창 확진 및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애드리언 퓨런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 소장은 알아라비아 방송을 통해 "이 시점에서 원숭이 두창 대량 백신 접종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유행병학 관점에서 조사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NICD의 질병센터 재클린 웨이어 연구원은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 높지 않다며 현재 아프리카 밖에서 퍼지는 바이러스 상황이 기존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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