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요즘은 동남아보다도 일본 여행 문의가 가장 많습니다. 상품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죠"
"일년에 2~3번씩 일본을 갔었는데 코로나19 동안 못 가서 근질근질하네요. 규정이 완화하면 여름휴가로 당장 떠날 생각입니다"
일본이 입국 규정을 완화하는 등 조만간 일본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름휴가로 일본 여행을 고려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엔저 현상으로 비용이 저렴해졌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다만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촉발된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완전히 힘을 잃은 것은 아니어서 일본 여행에 대한 반감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26일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소규모 여행사에는 이른 시간부터 전화문의가 이어졌다. '일상 회복'에 따른 여행 수요 회복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여행사는 최근 일본 여행에 대한 문의가 급증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어제는 일본 여행을 갈 수 있냐는 문의를 10건 넘게 받은 것 같은데 불과 5월 초만 해도 1~2건 정도였다"며 "미주나 동남아, 유럽보다도 더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관광객 입국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당장 예약을 받지 못하고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일본은 지난 17일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한국인에게 격리 의무를 해제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비자를 가진 사람으로 한정했다. 관광비자 발급이 제한되다 보니 여행 목적으로 일본 땅을 밟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여름 휴가철에는 일본 여행이 자유로워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주요 여행사들은 일본여행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6월 초에는 일본이 입국 규정을 다시 발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각 여행사가 일본 여행 패키지상품을 만들어 경쟁적으로 선예약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코로나19 이전 한국인에게 압도적으로 사랑받는 여행지였던 만큼 일본 여행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사람들의 설렘도 커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사업가 최모씨(37)는 "코로나 전에는 직업상 오랜 시간을 낼 수 없어 금방 다녀올 수 있는 일본 여행을 일년에도 2~3번씩 갔다"며 "3년 넘게 못 간 상황에서 근질근질한데 입국이 허용된다면 여름휴가로 곧장 떠날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1·여)는 "친구들과 곗돈으로 일본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계속 미뤄져서 돈이 많이 쌓인 상황"이라며 "비싸더라도 올해 안에는 일본 여행을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여행하기 최적의 조건을 만들고 있다. 엔/원 환율은 코로나 이전만 해도 1100원 내외였지만 이날 기준 992원까지 약 10% 떨어졌다.
이에 대해 대학생 송모씨(25·여)는 "엔화 가치가 점점 떨어지자 방학 때 떠날 생각으로 소액씩 환전을 하고 있다"며 "일본여행이 은근히 가성비가 좋지만 엔저로 쇼핑하기 최적의 상황"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역사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 아베 총리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안전보장우호국)' 제외 발언에서 시작된 노재팬 운동 열기가 이전보다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일본여행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직장인 A씨는 "일본제품이 워낙 많기에 일상생활에서 노재팬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대안도 많은데 일본여행까지 가야 하냐"며 "위안부, 독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재팬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장인 한모씨는 "노재팬도 노재팬이지만 방사능이 심각한 일본여행을 돈 써가면서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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