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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전 부장판사, 리걸 에세이 '법관의 일' 출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6 16:07

수정 2022.05.26 16:14

송민경 전 부장판사, 리걸 에세이 '법관의 일' 출간


[파이낸셜뉴스] "법관이 이리도 성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판사가 해결해야 하는 모든 사건이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법관으로 임관된 후 그간 수천 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했지만 사실관계가 똑같은 사건은 단 한 건도 보지 못했다. 사건들이 서로 얼마나 다른가 하면, 인간의 생김새만큼 다르다. 현재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엇비슷하게 닮은 사람은 있어도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각양각색으로 저마다 다른 사건들도 이러한지라,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사실관계를 규명해 겨우 사건을 해결하고 잠시 한숨 돌리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난생처음 보는 또다른 돌덩이가 굴러들어와 나를 저 아래로 무참히 밀어 떨어뜨린다" (279쪽)

16년간 법관으로 일해온 송민경 전 부장판사가 리걸 에세이 '법관의 일'(출판사 문학동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앞서 송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판사·서울행정법원 판사·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서울고법 판사 등을 거쳐 지난 3월 법무법인 율촌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법관 시절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관련 책을 저술해왔으며, 무거운 직분과 평범한 일상 사이를 오가는 '직업인으로서의 법관' 이야기를 다루려고 애를 썼다.

송 전 부장판사는 "법관 재직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논문도 여럿 발표했는데, 앞으로도 변호사 생활을 열심히 해가면서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며 "우리 사회가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일구기 위해서는 '법을 매개로 한 사회적 대화'가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서 활성화 돼야 하는데, 이런 소신으로 가볍고 상큼한 이야기를 담아 책 출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세상의 온갖 사건들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마주하고, 무수한 주장과 증거의 이면에 놓인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야 하는 게 법관의 일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법에 대해 권위적인 판사로서가 아닌, 기꺼이 손을 뻗는 따뜻한 친구로서 말을 건네는 에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책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일관되게 들려오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인 우리가 세상의 진실과 관계하는 최선의 형식이 무엇인지를 간곡히 묻는 목소리라서, 이 책이 들려주는 모든 법 이야기들이 결국 ‘사는 법’에 대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저자에게만 떠맡길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평했다.

<차례>

프롤로그 007

1부 판사의 하루
판사의 하루 019
법의 관점 029
프로페셔널의 조건 041
옆집 남자 사건1 051
옆집 남자 사건2 062
합리적 의심 074
옆집 남자 사건3 085
흡혈귀의 비상 096

2부 타인의 삶
3인칭 관찰자 시점 109
타인의 삶 118
성인지 감수성 이야기1 127
성인지 감수성 이야기2 138
해석의 문제 149
플랫폼 노동자 이야기 161
타다 이야기1 173
타다 이야기2 184
법의 미학 195

3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나쁜 사람들을 위한 변명 209
책은 당신을 구원한다 219
저녁 있는 삶을 위한 변론 2 30
아주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조언1 241
아주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조언2 252
검사의 미덕 264
판사의 미덕 274
에필로그 287
주 290

■송민경 작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현 정치외교학부)를 졸업하고 1999년 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200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육군 법무관으로 제대한 후 2006년 판사로 임관되어 일하기 시작한 이래 16년간 법관생활을 했다. 초임 부장판사로 발령받아 주말부부 생활을 하며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 ‘법이란 뭣에 쓰는 물건인지’ 물었을 때 읽어보라고 말없이 건네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해 겨울부터 이 책의 원고들을 틈틈이 써나갔다. 법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동의 계획 같은 것이기에 좋은 법을 만들고 지켜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법의 언어를 이해하고, 이를 매개로 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책은 그간 어떻게 하면 법을 올바르게 해석할 것인지 깊이 공부하고 연구해온 법관으로서 타인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결과를 담은 것이다.2022년 서울고등법원에서의 근무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유한) 율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일(건설, 부동산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공간인 플랫폼이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축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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