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뉴스1) 이기범 기자 = 인앱결제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내달 1일 구글이 예고한 '앱 삭제' 시점이 임박한 탓이다. 2년에 걸친 논란 끝에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구글갑질방지법'까지 제정됐지만, 수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구글의 법 우회 시도에 몇 가지 쟁점을 놓고 고심 중이다.
방통위는 26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 관련 주요 쟁점을 설명했다. 방통위가 보는 인앱결제 문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웹 결제 아웃링크 제한 행위와 앱 삭제 등 구체적 피해 사례 발생 전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 여부다.
◇'아웃링크'를 둘러싼 앱마켓과 개발사의 입장차
앞서 구글갑질방지법 시행령이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구글은 시행령 도입 직후 기존에 예고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구글갑질방지법에 따라 앱 내 제3자 결제 방식을 추가했지만, 기존보다 4%포인트(p) 인하에 그친 수수료를 요구해 수수료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앱에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의 외부 결제 경로까지 막겠다고 못 박으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아웃링크를 이용한 결제 방식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Δ제3자 결제 방식(수수료 부과) Δ앱 개발사가 요구하는 기존 아웃링크 방식(수수료 없음) Δ아웃링크를 통한 웹 결제 방식(수수료 없음) 등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구글 등 앱 마켓사는 개발자들이 요구하는 기존 아웃링크 방식이 구글이 앱 내에서 허용하려는 제3자 결제 방식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며, 해당 방식을 허용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미 앱 내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해 선택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아웃링크를 통한 웹 결제 방식을 추가로 허용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앱 개발사들은 구글 결제와 함께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한다고 해도 구글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 구글의 API를 쓰도록 하는 것 자체가 구글갑질방지법에서 금지 행위로 규정하는 특정한 결제 시스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개발사는 수수료가 없는 기존 방식을 아웃링크 방식이라고 칭하며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아웃링크를 통한 웹 결제 방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에서 꾸린 '앱마켓 전문가 자문단'은 웹 결제 아웃링크 제한 행위의 위법 소지를 두고 두 가지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 방식 외 다른 결제 방식을 허용했다면 아웃링크 결제 방식 사용 제한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과 앱 마켓 사업자가 허용한 제3자 결제 방식을 개발사가 원하지 않는 경우 실질적 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 법률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구글이 2개의 결제 방식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개발자 입장에서 충분한 선택권 보장되지 않았다면, 개발자가 원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앱 내에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개발자가 그 방식 선택할 수 없거나 않는다면 선택권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앱 삭제 피해 발생 전 법 적용 가능?
또 다른 쟁점은 앱 삭제 등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 전에 법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다. 기존에 방통위는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해야 이에 대한 법적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8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구글의 결제 정책 자체가 전기통신사업법(구글갑질방지법) 위반이라고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방통위는 다른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앱 삭제 등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앱 마켓사의 정책(약관)만으로 금지 행위 규정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금지 행위 위반의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구체적 피해 사례가 발생돼야 조사·제재가 가능하다는 의견과 실제로 불이익 조치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어떤 행위를 하면 불이익이 예견될 경우 강제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을 검토 중"이라며, "실태점검을 통한 자료 수집·분석, 추가적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전문가 자문단으로 활동 중인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는 "일반적으론 특정 위반 행위, 개별적·구체적 행위가 발생했을 때 행정 조사 및 처분을 하는 게 맞지만, 이번 사항은 정책 변경을 통해 법 위반 가능성이 현실화된 거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결제를 붙여서 앱이 삭제되는 과정까지 안 가더라도 즉각적이고 현실화된 위험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법 변경이 없더라도 충분히 조사하고 처분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현수 KISDI 플랫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상 금지 행위 유형에 '모바일 콘텐츠를 삭제·차단해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가 명시돼 있는데 문구만 봤을 때 삭제 행위 발생 전 규제가 어렵다고 보는 분들이 있다"면서도 "다른 많은 자문위원은 삭제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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