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인플레이션 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4월에 추가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상무부는 27일(이하 현지시간) 4월 PCE 물가지수가 전년동월비 6.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11월 이후 첫 상승세 둔화가 확인됐던 3월 상승률 6.6%보다 0.3%p 하락한 수준이다.
월별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4.9%로 3월에 비해 역시 0.3%p 하락했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다.
■ "물가 정점 찍고 하강 중" 기대감 고조
3월에 처음 꺾인 물가상승세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 오름세가 이제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던 전문가들의 기대가 4월 물가지표 추가 하락으로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다만 단 두 달 통계만으로 정점을 확인하기는 아직은 이르다는 지적들도 많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4월 PCE 물가지수를 '개선의 신호'라며 환영했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이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가격 인상이 계속해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을 가로 막고, 유럽 천연가스공급을 제한하며, 경제제재를 맞아 석유수출이 감소해 전세계 식량가격, 유가가 뛰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할 일이 더 있으며, 이것이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추가 대응 방안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매겨진 중국 제품 관세 일부 철폐 등이 포함돼 있다.
4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이번에도 에너지와 식료품이었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30.4% 폭등했고, 식료품 가격도 지난해 4월에 비해 10% 급등했다.
전월비로는 PEC 물가지수가 0.2% 오르는데 그쳐 3월 기록한 전월비 상승률 0.9%를 크게 밑돌았다.
또 근원 PCE 물가지수도 3월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 소비 지출 탄탄
물가 상승으로 소비여력이 크게 줄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닫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월 개인소비지출(PCE)은 비록 3월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 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시장 수급이 팍팍해 임금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고용 불안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 않고 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선임이코노미스트 제니퍼 리는 소비자들의 월급통장에 "급여가 안정적으로 꽂히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여전히 팍팍한 노동시장이 이같은 지지기반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 소비확대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4월에도 임금 인상은 지속돼 0.6% 상승했다. 그러나 비록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 6.3%를 크게 밑돈다.
소비자들이 저축을 파먹고 있다는 뜻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저축률은 이때문에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4.4%로 떨어졌다.
임금을 포함한 가계 소득 역시 0.4% 상승에 그쳐 3월 상승률을 소폭 밑돌았다. 세후 소득은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