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백악관 '공급망 100일 보고서', 바이든 三電 간 이유 담겼다

뉴스1

입력 2022.05.29 06:11

수정 2022.05.29 19:36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특히 삼성전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5시20분 경기 오산시 미국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즉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으로 이동해 오후 6시10분 공장 정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다. 외국 정상이 한국을 방문해 기업 현장을 가장 먼저 찾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정상을 영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보다 먼저 찾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과 미국의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 곳은 통상적인 순방 일정인 정상회담과 만찬을 제외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은 21일 만찬에도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서 삼성전자와의 관계 강화가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였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의 공급망 안정과 제조업 부활을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을 중심으로 첨단산업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미국 입장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

과거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1위 생산국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설계에 집중하고 생산은 한국·대만에 맡기는 등 분업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의 부상과 반도체 수요 급증,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불안정을 겪으면서 동아시아 지역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반도체 전 공정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이 발간한 '공급망 100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국이 4대 핵심산업(반도체·배터리·에너지·의약품) 중 특히 반도체 제조 및 후공정(조립·테스트·패키징) 분야에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이 분야의 높은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게 바이든 정부 산업 정책의 주요 과제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이 취약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독보적인 세계 1위이며 파운드리 산업에서도 2위에 올라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모두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다. 삼성전자가 없다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도 중요하다. 백악관이 자국이 취약하다고 지목한 또다른 산업이 배터리(원료 생산·정제·가공)다. 보고서는 "배터리 공급망 전반적으로 자체 생산기반이 부족하다"며 "강력한 수요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이 없으며 전고체 배터리 등 스타트업 비중이 높다. 당장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는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한국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결국 '삼성'은 미국 정부가 가장 원하는 반도체·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파트너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인 지난 24일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총 3조9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입장에선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 전략의 최대 협력자이면서도 '큰손' 투자자인 삼성을 대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도 삼성전자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미국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었지만 2010년대 이후 후퇴 속도가 빠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조사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지수 국제 순위는 2014년 2위에서 2018년 4위로 하락했다. 미국의 2위 자리는 중국이 뛰어오르며 빼앗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글로벌 공급망 등 통상문제와 결부해 제조업 활성화에 나섰다.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이 필요한데 민간투자로 이 비용을 경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1조3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최대 3조9000억원을 투자해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에 배터리 셀·모듈 합작공장을 짓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 투자를 위한 초당적인 혁신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과거 제조업을 이끌던 미국의 자리에 삼성 등 외국기업이 있다"며 삼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산업계에선 이 같은 미국의 산업 정책이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사업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은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맹국의 이점을 활용해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미국 시장의 선점을 추진해야 한다"며 "현지 대학·연구소의 우수 인재와의 협력도 우리의 기술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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