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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20주년⑦] 희로애락을 함께 한 홍명보-황선홍 "우린 영원한 동반자"

뉴스1

입력 2022.05.30 06:01

수정 2022.05.30 06:01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끈 황선홍 U-23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선수 시절.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끈 황선홍 U-23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선수 시절.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이 16일 오후 울산 동구 현대스포츠클럽하우스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5.16/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이 16일 오후 울산 동구 현대스포츠클럽하우스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5.16/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9일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 2022.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9일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 2022.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편집자주]보면서도 믿기 힘들던 2002 월드컵 4강의 기적이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뉴스1>은 그때의 영웅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새롭게 나아갈 20년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 떠올려도 흐뭇할 일이나 매양 '그땐 그랬지'로 끝나선 곤란하다. 더 흐릿한 기억이 되기 전에, 미래발전을 위한 값진 유산으로 활용하려는 생산적 자세가 필요하다.

(분당, 울산=뉴스1) 이재상 기자,김도용 기자 = "축구 인생의 동반자죠."

2002년 6월22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 홍명보(53) 울산 현대 감독과 황선홍(54) U-23 대표팀 감독은 활짝 웃으며 서로 부둥켜안은 채 기뻐했다.
세계무대에 오를 때마다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두 전설은 자신들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한반도를 붉게 문들이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엄청난 이정표를 세웠다.

모든 이들에게 놀랍고 벅찬 행복이었으나 홍명보 감독과 황선홍 감독에게 2002년의 신화는 더욱 특별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대학생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 본선 무대를 처음 밟았던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삼은 무대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이룬 성과였기 때문이다.

1990년 대표팀에서 첫 인연을 맺어 32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 황선홍 감독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황선홍 감독은 "홍 감독은 내 축구 인생의 동반자다. 어려서부터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하며 대표팀의 공격과 수비를 이끌었다. 월드컵도 4번이나 함께 한 사이"라고 특별한 관계를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도 다르지 않다. 홍 감독은 "나 역시 황선홍 감독이 동반자라고 느낀다. 공격과 수비에서 199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고 2002년 월드컵까지 잘 마쳤다. 특히 월드컵에 4번 출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영광을 함께 누렸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를 상징하는 두 선수였으나 한일 월드컵 전까지는 국제 무대에서 웃어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까지 9경기에 출전했지만 3무6패,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은 더 아팠다. 그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수많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비난을 한 몸에 받았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는 큰 부상을 당해 본선 무대에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전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두 베테랑에게 심적인 압박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20년이 지난 뒤 그때를 돌아본 홍명보 감독은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이전의 월드컵에서 3번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더 컸다.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었다"고 당시 심적 부담을 솔직하게 말했다.

황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앞선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한일 월드컵에서는 다른 결과를 내고 싶었다. 월드컵에서 1승은 해보자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며 "홍 감독과 대회를 앞두고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었다"고 20년 전을 돌아봤다.

심적 부담이 큰 대회에서 두 레전드는 결과적으로 크게 웃었다. 황선홍 감독은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어 그토록 기다리던 월드컵 첫 승을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은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의 진출을 확정지었다.

4강 진출에 성공했을 때 대표팀의 두 베테랑은 활짝 웃으면서 기쁨을 함께 했다. 홍 감독은 "아무래도 황 감독과 나는 1990년 월드컵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함께 했기 때문에 감정이 특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기장 위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홍명보와 황선홍은 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홍 감독은 주장으로 어린 선수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며 독려했다. 황선홍 감독은 중고참, 공격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대회를 준비했다.

홍 감독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은 이미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보다는 그 선수들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들었다"며 "내 몸 관리하기도 힘들었지만 그것이 주장의 역할"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20년 전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둘은 이제 지도자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U-23 대표팀 감독, A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낸 뒤 지난해부터 울산 현대의 지휘봉을 잡고 K리그 정상에 도전 중이다.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대전 하나시티즌 등 K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 9월부터 U-23 대표팀을 맡아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나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팀을 지휘하고 있지만 둘은 꾸준히 독려하고, 소통하며 한국 축구의 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도자로 국제 대회 경험이 없기 때문에 홍명보 감독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면서 "특히 클럽 팀과 다르게 소집 기간이 짧고 훈련 일수가 적은 대표팀의 훈련 방식, 클럽을 상대로 진행해야하는 선수 차출 문제 등에 대해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로의 팀 지도 방법 뿐만 아니라 축구 발전에 대해서도 논의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에 4번 출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와 황 감독은 그 영광을 누렸으니 이제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함께 갖고 있다.
늘 한국 축구를 위해 공헌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눈다"면서 "당시의 얻었던 특별한 경험으로 한국 축구에 도움을 주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걷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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